[경일포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현실이다
[경일포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현실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1.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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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교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1964년 셸 실버스타인이 발표한 그림책이다. 사과나무와 소년은 친구로 지내며 함께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했다. 나무는 나의 열매를 팔아달라고 부탁했고, 소년은 열매를 팔고. 결국 나무는 그루터기만 남은 소년의 쉼터가 되었다는. 사실 나무는 모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우리이기에 우리를 위해 소용되는 나무가 주는 혜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도 쉽게 그 고마움을 잊고 산다.


나무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숲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지 ‘숲의 공익적 기능’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돈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오는지 알 수 있다. 그 뿐인가. 온실가스저감 효과 등 지구적 문제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사실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도 또 피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렇기에 필자는 몇 가지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무는 불에 약하고 더구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쉽게 부서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산불에 취약할 뿐 아니라 강도를 가하면 쉽게 부러지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아니 몇 년 전 발생한 강원도 고성산불을 보아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나무는 콘크리트보다 강하고 규모 7.3의 지진과 화재에도 견딜 수 있게 빌딩으로 지어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 지어졌다. 높이 53m의 이 건물은 18층짜리 기숙사로 학생 400명이 입주할 건물이다. 토대와 승강기 통로를 제외하고는 건물 대부분이 나무 벽과 기둥으로 지어졌다. 나무판들을 붙일 때 압축 해서 수분과 공기를 빼면 강도가 25% 정도 더 높아지는 특성을 살린 기술을 활용했다. 이런 기술의 진보로 콘크리트의 5분의 1 무게로 같은 강도를 낼 수 있다. 합성목재를 만들 때 중간에 밀도가 낮은 나무를 넣으면 공기층이 생겨 마치 벽 사이에 솜을 넣은 듯 방음, 단열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탈리아 임업연구원이 일본 방재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합성 목재로 만든 7층 목조 건물에 대해 내진실험 한 결과, 1995년에 일본을 강타한 규모 7.3의 고베지진에 해당하는 충격에도 끄떡없었다. 미국 예일대 채드 올리버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철근콘크리트 빌딩을 목조 빌딩으로 대체하면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1%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목조빌딩이 대세고, 이러한 열풍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트라토펜은 높이 133m, 40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며, 영국 런던에서는 높이 300m, 80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 주경기장도 거의 목재로 지을 계획이란다. 그뿐인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얼마 전 폭발 위험 없이 오래 쓰는 차세대 종이전지의 핵실기술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한 ‘리튬-황 종이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전지가 종이로 만들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연필로 글씨를 쓰는 종이가 전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폭발 위험성을 줄이고, 플라스틱 분리막을 나무 세포를 얇게 쪼갠 차세대 친환경 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로 대체해 고온, 충격 등 분리막 파괴에 의한 폭발위험성까지 제거하는 등 눌리거나 구겨지는 조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안전성 까지 높인 결과다.

낙엽이 지는 지금은 또 어떤가. 낙엽은 사과 농장과 농가에서 퇴비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남이섬 같은 휴양객,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서는 일종의 폭신한 거리를 인테리어 할 수 있는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나무는 1차원적인 것부터 고차원적인 기술이 접목된 소재까지 우리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위안을 주는 고마운 존재로 더욱 더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리 앞에 아름답게 자라는 나무들에게 눈길 한 번 더 주고, 등걸도 쓰다듬어보자. 나무야 고맙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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