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어느 것이나 볼품없는 외모라는 생각에서 유래된 말로써 못난 것은 언제나 제가 속해 있는 단체의 여러 사람에게 불명예스러운 짓만 하고 다니며 폐를 끼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꼴뚜기는 진짜 볼품없는 물고기이지만, 모과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에 익어가는 모과나무의 열매를 보면 마치 노랗게 잘 익은 참외를 연상하게 된다. 그래서 나무에 열리는 나무참외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 모과(木瓜)다.
모과의 향기는 또 어떤가?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그윽한 향기는 어떤 과일에 못지않다. 그 향기 성분은 몸에도 이롭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모과의 향기 성분은 알코올, 테르펜(terpene) 알코올, 에스테르(ester), 케톤(ketone) 및 유기산 등이 주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풋모과의 유즙 중에는 다량의 단백질 분해효소인 파파인(papain) 및 머큐리파파이놀(mercuripapainol), 잎 중에는 알카로이드의 일종인 카르파인(carpain)과 배당체의 일종인 카르포시드(carposid), 씨앗 중에는 시니그린(sinigrin) 유사 배당체 등의 유효성분들이 함유돼 있다.
그러나 모과는 강산 신맛과 떫은맛이 있어 다른 과일처럼 생식할 수 없고, 과육의 석세포로 인해 과즙을 추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외로 가공제품이 적은 편이다. 모과의 가공품으로는 껌, 목캔디, 모과청, 모과편, 모과주, 모과차 및 방향제 등이 있다.
최근 모과에 대한 연구로는 에스트로겐(estrogen) 분비장애로 인한 골다공증의 치료, 간장기능 개선효과, 백발치료, 위암치료, 항산화 효과, 아미그달린 성분에 의한 항암효과, 류마티스 치료 등에 대한 보고가 있다. 모과가 간 보호 작용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흰쥐를 대상으로 하여 알코올을 섭취시킨 대조군과 모과 추출물을 동시에 섭취시킨 실험 군으로 구분하여 4주간 실험한 결과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와 기타 이물질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몸에 나쁜 라디칼이 증가되고, 이어서 간 손상을 일으키는 과산화지질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 때 모과 추출물을 먹이면, 간조직의 손상을 유발하는 지질과산화물의 농도를 낮춰주고 동시에 간 조직의 손상을 억제시키는 효소인 글루타치온(glutathion)의 활성을 정상군의 쥐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 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로 보아 모과는 알코올 섭취로 손상된 간 조직의 보호에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주가에게는 기쁜 소식인 바 술 마시기 전·후에 모과차 등을 적당히 음용한다면 간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 모과는 혈압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ACE(angiotesin-coverting enzyme) 저해활성, 혈전용해활성, 타이로신(tyrosine) 저해 활성, 아질산염 소거 활성 등 몸에 나쁜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키며, 또 기관지 질환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S.aureus, K.pneumonia)의 생육을 억제시킨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한편 모과 추출물을 인간 유래 비만세포주(HMC-1)에 처리하였더니 히스타민의 분비 억제와 더불어 피부가려움증을 완화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