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통합이 당신의 희망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경일포럼]통합이 당신의 희망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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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한 때 통합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학문까지도 문·이과 통합이 나올 만큼. 그런데 바람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통합이 있다. 행정구역의 통합은 적어도 실질적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거대도시-대도시-중도시-소도시 체제라는 사전 정지작업이 구축되어야 하고, 국립대학의 통합 역시 1도 1국립대 또는 1도 1국립연합화와 같은 정부 차원의 큰 방향 설정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이를 근간으로 하는 강력한 통합여론이 형성되고 구성원 대다수의 찬성까지 있어야 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론되던 진주-사천-산청의 행정구역 통합 논란은 현재 잠잠해졌다. 하지만, 경남의 국립대학 중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만의 자율적 통합 사안은 여전히 논란의 회오리 한 가운데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다고 자칫, 미리, 서둘러서 진주시와 지방국립대 미래의 발목을 움켜쥐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아직도 전국에는 부실사립대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대전의 충남대-한밭대, 공주의 공주대-공주교대, 부산의 부산대-부경대-한국해양대, 목포의 목포대-목포해양대와 같이 동일 지역 내의 국립대 그 어느 곳도 통합을 서두르지 않고 있음이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할 줄 몰라서일까! 게다가 예전에 부산대와 밀양산업대의 통합 시에, 정부는 약 600여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줄 만큼 공들였지만, 우리 지역처럼 알아서 자율적으로 통합하겠다는데 과연 제대로 된 정부지원금이 주어질까 의문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굳이 서둘러 진주지역에서만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가 학령인구 감소대비라면, 그 이유치고는 참으로 협소하지 않은가.

국립대는 가장 완벽한 ‘공공기관 한 곳’에 버금가는 경제적 영향력을 지닌 국가기관이다. 지방의 소도시가 LH와 같은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요즘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진주시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대동공업을 지키지 못했고, 한국은행과 MBC를 떠나보냈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진주의 몇 안되는 ‘국가기관 지키기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진주지역 정치인들이 제 몫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겠다.

교육은 국가의 책임이고, 공적인 영역인 만큼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늘여나가는 것이 국민의 허리춤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혁신도시가 소재한 지방교육도시의 ‘국가기관인 국립대학’은 오히려 다다익선이라 하겠다. 경제적으로도, 지역균형발전 면으로도 소모적 역발상의 소규모 통합 논란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소규모통합 시도를 계속 고집할 거라면 제대로 된 과정이라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미 통합이 기정사실화 된 것 같지만 구성원의 공식적인 찬반투표는 차치하고, 제대로 된 토론회 한 번 실시한 적도 없음을 보면서, 아침저녁으로 다른 발표가 몇몇 ‘당신’의 입을 넘나들며 마음대로 변질됨에서도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본다. 내부적으로 진행된 엉성한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통합을 기정사실화 한다는 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또한 무슨 일이든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는 게 문제다. 양 대학의 통합 시 각론에 들어가면 과연 누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성큼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외부용역기관이나 지역사회가 해결 해 줄 사안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공공기관을 능가하는 국가기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제적 피해는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래서 이런 예민한 사안일수록 거르고 거른 디테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물구하고 향후에도 실질적이고 디테일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거나 구성원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통합시도는 접어야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신호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 희망하는 통합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윤창술(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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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준 2018-12-05 08:41:26
참. 한심하군요. 진주, 경남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합해야 합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미래 세대의 희망을 짖밟아서야 되겠습니까?
교수님의 논리가 너무 빈약하고, 마치 생떼써는 어린애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성적인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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