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입체횡단시설 설치, 밀어붙일 일 아니다
[현장칼럼]입체횡단시설 설치, 밀어붙일 일 아니다
  • 문병기
  • 승인 2018.12.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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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사천취재부장)
사천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입체횡단시설(고가도로)을 설치하느냐, 원점에서 재검토하느냐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 년간 지속된 민원해결을 위해선 입체횡단시설 등 대책이 시급하다. 그런데 한쪽에선 이를 반대하고 나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입장이다.

최근 사천읍 수석5리 입체횡단시설 설치사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천읍과 사남면 일원에 대규모 공단들이 조성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출퇴근시 한꺼번에 몰린 차량들로 인해 이 일대 도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그 대안으로 추진되는 것이 입체횡단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반대가 생각보다 심하다. 일부 주민들의 과다한 피해보상이나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지하차도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출퇴근 1시간여를 위해 막대한 사업비를 낭비하고,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천의 관문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 도시미관을 해치고 지역발전을 저해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심지어는 ‘사천에서 돈 버는 타지역 거주자들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한다’거나 ‘지금보다 더 정체돼야 사천의 인구도 늘고 지역발전도 가능하다’는 볼멘소리들도 들려오고 있다.

이같은 지역민들의 주장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잇속 챙기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진정으로 지역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요즘은 기존 고가도로도 철거하는 추세이다. 서울시의 경우 청계고가도로 등 20여 곳을 이미 철거했다.

향후 남아있는 8곳도 철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천보다 몇배 교통체증이 심한 도내 어느 시군도 정체구간 해소를 위해 고가도로를 설치했거나 계획중인 곳은 한 곳도 없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입체횡단시설이 공사기간 단축과 시공상 편리함, 적은 공사비로 상습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교통체증해소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입체횡단시설만은 안된다는 게 다수의 뜻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는 이 사업을 위해 지역민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도, 혈세를 낭비해서도 안된다. 한 순간의 편리함보단 먼 미래를 내다보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사천시는 사천읍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도시계획도로를 추진중에 있다. 또한 항공산업대교와 접속도로 건설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사남면 지역에 밀집돼 있는 공단 차량들이 사천읍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이럴 경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습정체구간은 사라질 것이다.

입체횡단시설 설치사업에 수 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사업에 투입할 그 돈을 차라리 우회도로개설에 투입해 완공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면 어떨까. 상습정체구간 해소와 성난 민심달래기, 그리고 지역발전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병기기자(사천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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