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10] 마추픽추
도용복의 세계여행[10] 마추픽추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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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스의 영원한 수수께끼, 잃어버린 도시
 
해발 2430m에 달하는 고지대인 마추픽추는 끝까지 가보면 마치 자연적으로 깎여서 형성된 절벽같은 곳도 있다. 안데스 산맥의 동쪽 경사면에서 속에 담긴 깊은 탄성이 나왔다.


15세기 후반 북쪽으로는 에콰도르, 남쪽으로는 아르헨티나, 칠레까지 남미대륙을 거의 석권한 ‘태양의 제국’ 잉카는 16세기에 들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왕위계승 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키토(현 에콰도르 수도)를 근거지로 한 아타왈파 왕자와 쿠스코의 와스카르 왕자의 왕권 쟁탈전으로 자중지란에 빠진다. 대서양을 건너온 스패니시 피사로가 미소를 머금고 두 왕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키토의 아타왈파가 와스카르를 물리치고 잉카제국의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그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피사로는 불과 180명의 부하를 이끌고 내전으로 기진맥진한 잉카제국을 정복하고 만다. 군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무학, 문맹이지만 너무나 영악스러웠던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잉카 왕 아타왈파를 잡아 가두고 그 방에 금을 가득 채워주면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태양의 제국 전국에서 끌어 모은 금으로 왕은 풀려났지만 권력은 이미 그의 수중에서 떠나 피사로의 총 끝에 매달려 있었다. 이듬해 교활한 피사로는 다시 아타왈파를 잡아들여 스페인 왕에 대한 반역죄로 처형하고 만다. 1532년 천지를 삼킬듯하던 잉카는 이렇게 막을 내리고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를 맞는다.

그러나 잉카제국은 절멸하지 않았다. 몇몇 왕족과 한 무리의 잉카 인디오들이 소리 없이 우루밤바 강을 따라 안데스 계곡으로 사라진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잉카제국은 전설의 언덕 너머 어둠 속에 묻혀 버린다.


 
화려한 공중도시 마추픽추


350여년이 흐른 1911년. 모험심에 강한 미국 청년 하이럼 빙엄은 희미하게 구전되던 우루밤바 강을 따라 안데스 계곡을 헤매다 인디오 소년에게서 믿지 못할 얘기를 듣는다. 그는 인디오 소년을 앞세워 코가 땅에 닿을 듯 깎아지른 봉우리 마추픽추를 오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소녀의 고함소리에 고개를 쳐든 하이럼 빙엄은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비루카 밤바가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지막 잉카왕국의 폐허로 변해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350여년전 사라졌던 몇몇 왕족과 한 무리의 잉카인들이 쿠스코에서 114㎞나 내려가 우루밤바 강이 휘돌아 흐르는 협곡에서 300m나 수직으로 솟아오른 뾰족한 산봉우리 마추픽추에 그들의 마지막 왕국을 세웠던 것이다.

그들은 총면적 5평방㎞의 공중도시 주위를 높이 5m, 두께 1.8m의 성벽을 쌓아 요새를 만들었다. 산봉우리 경사면에 계단식 밭을 층층으로 만들고, 성벽을 가로질러 수로를 잇고 그 속에 1만 명의 잉카인이 살았다. 송곳처럼 솟아오른 마추픽추 꼭대기에 세워진 공중도시 아래는 협곡을 타고 우루밤바 강이 세차게 흐르고, 강 너머 가파른 산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있다. 스페인 군대가 수없이 우루밤바 강둑을 타고 지나갔지만 그들은 마추픽추 꼭대기에 도시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하이럼 빙엄이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 도시의 지붕은 풍상에 삭아 내려앉았고 몇몇 여자들의 유골 몇 구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비루카 밤바는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연유로 망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빙엄의 발견으로 400년간이나 가시덤불 속에 갇혀있던 마추픽추의 베일이 벗겨지게 되었는데 올해로 마추픽추의 베일이 벗겨진 지 108주년이 되었다.

항상 머물게 되는 도미토리는 언제나 신선함을 준다. 도미토리는 대부분 청년들이 이용하게 되다보니 나에게 궁금함이 많은 세계의 청년들이 있다. 그들과 몸과 문화 그림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룻밤에 쿠스코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산 중턱까지 버스나 차로 이동을 할 수 있었고 잉카레일로 갈아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이른 새벽 출발해 빛한점 들지않는 쿠스코 도심을 지날 때는 마치 돌널무덤을 지나는 듯 생기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조금의 햇빛이라도 비치기 시작하면 이끼낀 벽들이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돌을 쌓아 만든 마추픽추 모습. 세계각국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잉카레일에 남자승무원 중 붙임성이 좋은 친구가 있었다. 한국인을 많이 만났는지 “안녕하세요” 먼저 말을 걸어온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갔고 열차 사이 승무원이 쉬는 곳에서 다시 만난 그는 짐짓 놀란표정을 지어보이며 화사한 웃음으로 환대해 주었다.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 앨범을 보여주는 그의 표정을 알아챌 새도 없이 나는 터져나오는 탄성을 참기에 바빴다. 정상에 있는 도시다보니 기후변화도 많고 해가 떠있는 모습을 보는게 어렵다고 했다. 오늘이 바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라며 "럭키"라는 말을 연발했다. 잉카레일을 타고 산을 오르는데 울창한 가시덤불이 기찻길을 막지 못하게 나무를 치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마추픽추에 도착하자 경비가 삼엄했다. 소지품이라고는 물소가죽 가방에 여벌옷 한 개, 생생하게 여행의 감동을 전해주는 캠코더가 전부인 나는 소지품검사에 소비되는 시간이 없었다. 줄이 길어지는 이유는 불필요한 짐들을 검사받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여행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들고다니는게 좋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마추픽추에 오르는 길은 실로 놀라움 그자체였다. 이 높은 곳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돌들로 벽과 집을 만들었는지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산 꼭대기에 있는 알파카는 사람 무서운 줄을 몰랐다. 숨겨진 왕국 그 안에는 문화와 유적이 그리고 오랜 시간 지혜롭게 내려온 생명이 있었다. 마추픽추의 옆에는 마추픽추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와이나 픽추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따로 표를 하나 더 구입해야 한다. 마추픽추보다 더 높이 봉우리처럼 솟아있는 와이나 픽추 중간에 걸려있는 구름이 이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를 실감하게 했다. 실제로 쿠스코까지 와서도 고산병에 걸려 마추픽추를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는 이들의 비율도 많다고 한다.

도시를 둘러보는 내내 탄성과 놀라움은 전율로 가져왔 고 해발 2430m에 달하는 고지대인 마추픽추는 도심 끝까지 가보면 마치 자연적으로 깎여서 형성된 절벽같은 곳도 있다. 안데스 산맥의 동쪽 경사면에서 속에 담긴 깊은 탄성을 내뱉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 무리의 잉카인들이 우루밤바 강을 따라 사라져 이곳에 마지막 잉카제국을 세우고 1만 명이 산꼭대기 계단식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며 살아갔습니다… 이것은 태양신을 모시는 신전이고, 이것은 귀족들의 주거지, 여기는 광장, 저기는 왕궁, 저것은 전사의 탑…’

경이로움과 호기심에 가득 찬 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안내인의 이야기는 단지 고고학자들이 만들어 낸 상상의 나래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떤가, 잉카제국이 얼마나 번성했던 국가였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놀라운 지혜와 기술력은 이곳에서 많은 가르침을 내게 전해주었다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돌을 쌓아 만든 마추픽추 모습.
정교하게 깎고 다듬은 돌을 쌓아 만든 마추픽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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