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모름’을 줄이기 위한 의원연수
[의정칼럼]‘모름’을 줄이기 위한 의원연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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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진주시의원)
1583년 율곡이 선조에게 10만 군사를 길러 외적의 침략에 대비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뒤 일본은 20만이 넘는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했다. 만일 조선에서 일본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면 임진란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조선은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어 전쟁이 뭔지 몰랐고 일본은 100년 동안 전쟁이 계속되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임진란 10년 전 일본은 10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통일을 눈앞에 두고 한 영웅이 쓰러진다. 그는 조선 침범의 주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주군 오다 노부나가였다. 주군이 변을 당하자 히데요시는 주군의 원수를 갚고 주군의 빈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곧 일본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룬다. 이런 히데요시의 다음 목표가 조선이 될 것이라는 것은 그를 알고 전쟁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은 이러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전쟁이 임박했는데도 갈팡질팡했다. 조선은 일본을 너무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의원연수란, 지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러한 ‘모름’을 줄이기 위한 의정활동이 아니겠는가.

임진란 때 ‘무서운 무기’였던 조총이 처음 일본에 전해진 곳은 가고시마 앞 다네가시마였다고 한다. 표류해 온 포르투갈 상인이 가져온 조총을 처음 본 그곳 영주는 조총에 반해 바로 대장장이에게 조총 제작을 명했다. 당시 나사 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대장장이는 딸을 포르투갈 상인에게 시집보내 포르투갈에서 기술자를 데려왔고 결국 나사 가공법을 배워 조총 제작에 성공했다.

임진란이 일어나기 3년 전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황윤길과 김성일은 귀국길에 조총 몇 자루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아무도 그 조총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조총이 창고 속에서 먼지에 쌓여 갈 때 그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은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한다. 조총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 차이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훗날 조선의 암담한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한 대장장이로 시작된 일본의 나사 기술은 현재 한번 조이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나사로 진화했다. 신칸센 600㎞는 이 나사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니 그들의 장인정신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임진란 후 318년 만에 조선은 또다시 일본에 강탈되어 식민지가 된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천황 친정체제가 되면서 일본은 세계 식민지 쟁탈전에 끼어드는 제국주의 시대로 흐르게 된다. ‘조선을 식민지로!’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이 태동하고 여기에 감명받은 그의 제자들이 일본 정계의 실력자로 성장해 간다. 각 영지마다 경쟁하듯 젊은이를 세계로 보냈고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근대 국가의 틀을 만든다. 한일합방 42년 전인 1868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날 때 조선의 지도자들이 일본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식민 지배 36년은 없었을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 열도가 존재하는 한 끝이 없는 운명, 방심하면 우리는 또 빼앗긴다.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본을, 중국을, 세계를 제대로 알고 대처해 어떤 힘에도 풀리지 않도록 우리의 나사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귀국 후 대구 중구 골목투어 길에 이상화 생가에 들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배운 지 40년이 넘었는데도 마지막 시구에 마음이 아려 온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또다시 들을 빼앗길 수는 없다.
 
서정인(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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