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의 함정
시장주의의 함정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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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권(행정학박사·부산대강사)
박창권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화를 거치면서 세계는 시장주의가 지배하다시피 했다. 18세기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한 이후 시장만능주의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에는 구체제를 반대하는 자유혁명과 산업혁명의 영향도 컸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이기적 욕구체계이므로 구성원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20세기 초의 세계대공황이다. 이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케인즈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의 처방은 유효했다.

이후 세계의 경제사회질서는 시장이냐 정부이냐의 오랜 논쟁을 이어왔다. 비록 정부역할이 더 강조되던 때에도 시장주의는 여전히 경제 질서의 근간이 되었다. 1980년대 신공공관리 방식을 기치로 등장한 신자유주의 물결은 시장주의를 더욱 심화시켰다.

시장이냐 정부이냐가 무슨 대수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시장기능에 부작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정부가 개입하는 것 아니냐고 여길지라도, 속내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시장주의가 우리의 삶의 모습조차도 지배하게 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장사회에 진입하려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떤가. 우선 자기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여긴다. 실상은 누구를 위한 경쟁인지도 모른 채, 경쟁력에 매몰된다. 그리하여 외국의 문물을 배우겠다는 목적보다는 이력을 위한 어학연수가 필수코스로 되었고,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청년들을 포용해야 할 기성세대는 철저히 시장원리의 범주에 그들을 몰아넣는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인적자본으로 이해하려든다. 피고용인을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경쟁력지수로 서열화한다. 사람조차도 경제 메커니즘으로 전환시키고 마는 것이다.

개인의 심성과 개성까지도 시장성에 맞추려는 시도가 만연해 있다. 시장에서 도태되면 퇴출된다는 강박감이 우리 사회를 짓누른다. 구성원 모두가 이런 질서에 함몰된다면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은 무한 파멸의 길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인문학 열풍이나 인간주의 시도가 일어나고 있음은 시장주의로부터의 탈출을 모색하는 방증이다. 시장성을 대체할 만한 강력한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시장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원래 시장은 인간욕망에 기초한 까닭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른바 공동체주의를 강화할 때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삶의 가치를 공유하며, 이를 실현할 사회적 타협과 관용의 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신뢰를 쌓고 협동하는 자세가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분권화, 지역화가 강화되고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그 방향이다.

박창권(행정학박사·부산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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