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카데미
치매 아카데미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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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전 언론인·진주기억학교 센터장)
김상진

박 할아버지는 외출했다가 자주 길을 잃어 파출소에서 모시고 온 일이 여러 번이다. 가게를 하는 할머니는 불안했다. 묻고 물어 노인 장기요양보험공단의 등급 판정을 거쳐 지난 9월 초 우리시설로 보냈다. 그러나 추석을 쇠고 난 뒤 등교를 거부했다. 명절 쇠러 온 자녀들이 “왜 멀쩡한 아버지를 치매 환자를 만들었냐.” 며 따지자 할머니가 저버린 것이다.

내 부모가 치매환자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자식들은 건강하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해결해 주던 당당한 아버지가 영원할 줄 믿는다.

부모의 치매를 모르다가 가정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며느리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며느리의 잘못을 아들에게 주저리주저리 일러바치는 어머니. 어머니 말을 믿은 아들은 아내에게 따지고, 아내는 “내 말을 못 믿느냐”며 억울해 하다가 크게 싸운다. 치매로 일어나는 가족 갈등의 흔한 케이스다.

우리가 치매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 증상에 대한 이해부터 치매 예방법, 치매에 좋은 음식, 치매환자 돌보는 법을 공부하자.

치매 아버지를 7년간 돌 본 효녀 가수 현숙 씨는 “치매에 걸렸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치매환자 간호의 기본이 ‘잔존(殘存) 능력 유지’라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환자가 능력껏 하도록 하고 못하는 부분만 도와줘야 한다. 보호자가 다 해주면 증상은 더 심해진다.

잘 먹고 잘 자라, 많이 걸으라, 한번 보고 들은 것을 외워라, 덜 짜고 덜 맵게 먹어라, 술·담배 멀리 해라, 사회활동도 열심히 해라, 타성에 젖기보다 새로운 일을 찾아라, 작은 봉사라도 해라.

치매 연구자들이 권하는 치매를 피하는 법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물건을 찾는다고 하루 종일 장롱을 뒤지는 어머니. 짜증내지 마라. 그 부모님이 내 어릴 때 끝없는 옹알이를 웃으며 들어주었다.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챙겨 주느라 온 집을 뒤졌다.

치매환자가 12분마다 한명씩 생기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누가 치매에 걸리고 안 걸리느냐’ 가 아니라 ‘누가 더 치매에 늦게 걸리느냐’일 뿐이다.진주시 치매 관련 기관들도 다양한 ‘치매 아카데미’를 열어 시민들이 치매공부를 쉽게 할 여건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7년 대한민국 건강 도시상 우수상을 받은 진주시가 아닌가.

김상진(전 언론인·진주기억학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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