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악수(握手) 끝에 악수(惡手)인가
[경일포럼]악수(握手) 끝에 악수(惡手)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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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칼럼니스트
2018년 남북정상이 3번(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만났으니 악수는 많이 했을 것이다. 4·27 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 했고, 김위원장은 “역대 합의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좋은 결실이 맺어지게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이 양 정상의 공동 목표임을 확인하였다. 9·19 정상회담에서도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의 해소를 약속”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9·19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하여 2018년11월1일 효력을 발생시켰다. 비핵화로 가기 위한 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핵무기가 없지만 재래식 분야에서 일부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육·해·공군의 전력을 묶어 놓는 대신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이것은 절대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문제다.

정부는 남북협력과 평화구축을 통해 비핵화를 촉진시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과거 행태(行態) 즉,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 모든 핵계획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복귀를 약속 했지만, 2006년 7월5일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동년 10월9일엔 1차 핵실험으로 9·19공동성명을 파기했다. 13년 전 6자회담을 통해 합의 서명한 동일한 날짜에 비핵화 내용도 엇비슷하다.

북한만 핵을 가진 상황에서 전방지역 정찰비행과 사격 및 기동훈련을 제한하고, 감시초소(GP) 등을 동수(同數)로 파괴하는 것은 전장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국방대비태세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예를 들어 서해 5도는 북한 해안포의 코앞이지만 우리 함정은 평택에서 와야 하고,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K-9 자주포로 대응했는데 K-9의 사격훈련을 못하도록 했다. 서해에선 언제나 북한이 먼저 도발했고 우리는 대응만 했다.

지금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상회담은 의제·의전·경호·수행원·보도 등 남북 간에 조율할 내용이 생각보다는 많다. 예를 들어 9.19 정상회담은 8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9월 중에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확정하였고, 9월 5일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일정을 조율한 후 9월 6일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여 1달 이상 걸렸다.

따라서 정상회담의 과정을 역산(逆算)하면 올해 안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가령 김 위원장이 서울답방을 한다면 일정을 남북 간에 이미 합의 해 놓고 경호 등을 이유로 정상회담 일정발표를 지연시킨 것이고, 또 남·북·미국의 이해관계를 따져 올해 안에 서울답방이 무산된다면 남·북 신뢰에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안보는 외교와 국방의 기둥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 북한은 지금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과 북한철도 남북공동조사 등”에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북한이 과거 행태에서 변했는가? 비핵화가 이행되고 있는가? 북한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재래식 군비통제를 이행하는 것 아닌지 우국충정(憂國衷情)에서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손자는 “전쟁의 최상책은 ‘적의 계략을 치는 것(伐謀)’이고 차선책은 ‘적의 외교를 치는 것(伐交)’이며, 그 다음이 ‘적의 군사를 치는 것(伐兵)’이고, 최하책이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攻城)’이다” 라고 했다. 정상회담결과 비핵화는 그대로인데 악수(握手)만 하고 악수(惡手)를 둔 것은 아닌지, 벌모(伐謀)에 대한 연말정산이 필요해 보인다.

강태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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