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교육을 향한 출사표를 던지다
[기고] 미래교육을 향한 출사표를 던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2.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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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인교사
최근 우리 사회의 갑질과, 폭력과, 방치된 안전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분노는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한다. 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율성의 상실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학교 폭력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만큼 우리 사회의 폭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불평등과 억압, 독선과 경멸의 봉건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는 헌법책에만 적혀있을 뿐이다.

경남교육청이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미래 세계가 요구하고 있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을 길러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조례의 내용은 국제인권조약이나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이미 일반화된 국제규범과 우리나라 헌법에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전국에 1만 여 개 학교의 교칙은 이런 국제규범이나 헌법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대부분의 교칙은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일탈 행동에 대한 처벌 조항으로 구성되어 규제와 통제와 감시와 처벌 체계에 다름 아니다. 자유보다는 억압과 책임이, 자율보다는 타율이, 지도보다는 징벌이 강조되는 치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조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조 5항의 인권에 대한 정의다. 이에 따르면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자유, 평등과 권리이다. 이는 ‘학생도 인간이며,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 평등과 권리를 누리는 존재’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도 존중할 줄 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은 사랑을, 미움을 받은 사람은 미움을 주는 법이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부터 인권감수성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이제 경남교육청이 그 교육을 시작한다고 종을 울린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존중과 배려와 참여를 가르치겠다는 미래교육 출사표인 것이다.

참여를 강조하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특히 제20조(학생자치와 참여의 보장), 제21조(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정 또는 개정에 참여할 권리), 제22조(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제23조(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할 권리) 등이 명시되어 있다. 시행착오는 예상되지만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눈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와 사물에 대한 관점과 시각을 정립해 나가고, 진정한 의미의 자율과 책임, 민주주의를 내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성이 커지면 존중심도 높아지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폭도 넓어진다. 다양성이 창조의 원천임을 생각한다면 자치활동의 확대와 강화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미래교육의 핵심이다.

제4조(기본원칙)의 5항(학생은 다른 학생 및 교직원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여야 하며, 특히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과 연구활동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일탈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제는 처벌이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처벌이나 비난이 두려워 일탈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옳지 않기 때문에 안 하도록 지도하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인권 감수성을 강화하여 일탈 행동을 방지하겠다는 새로운 시각이다.

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분들도 꽤 많다고 알고 있다. 우려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 다만 그 우려가 일탈 학생이나 소수자를 향하고 있는 부분, 차별과 배제를 강요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스럽다. 이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존재로 키워나가야 것이 학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학생들에게 ‘더 안타까워 해주고, 더 아껴주고, 더 기다려주는’ 부모 마음을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 물론 학교(교육청)가 좀 더 믿음직스럽고, 지혜로워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양태인 마산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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