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5> 전북 임실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95> 전북 임실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12.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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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붕어섬
옥정호 안내도
옥정호 붕어섬


그동안 해오던 일을 하나씩 내려놓으면 시간이 넉넉하리라 생각했는데 친구들과의 모임을 주선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다들 얼마나 다양한 일정이 많은지 지난여름에 했어야 할 행사를 며칠 동안의 조정으로 겨우 만추의 모임으로 진행하였는데, 갑작스런 출장으로 함께 못한 친구도 있었지만 노르웨이숲에서 즐거운 시간을 펼치려는 시간에 어머니 영면 소식으로 급히 진주로 떠나야 하는 비보로 모임을 중단하고 싶어도, 먼 길을 달려와 만든 만남이라 조절하여 옥정호 주변 임실 이야기를 꾸몄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내륙에 위치한 임실은 남원 순창 정읍 등으로 둘러싸여 구불구불 국도를 타고 들어가야 해 찾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볼거리들은 대부분 시끌벅적 관광지가 아닌 호젓한 풍경들이라 매력적이다. 아침햇살을 받은 호수면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마치 신선이 노닐 법한 풍경처럼 아름다운 옥정호, 술에 취해 불에 타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에게 자신의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의로운 주검을 한 개의 전설이 있는 오수의견, 그리고 최근 다양한 치즈체험으로 인기를 끄는 임실치즈테마파크도 꼭 가볼만한 곳이다.



 
잡어탕과 찜


가을의 끝자락에 임실로 향하는 길은 이왕이면 정겨움을 더 싣고 싶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어 달리는 여유를 부리며 흥부마을 앞의 팔령재, 운봉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옆을 넘는 여원재을 넘어 남원 순창을 찍고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교를 건너 노르웨이숲으로 먼저 찾아든다. 지역 특산물로는 치즈 복숭아 고추 쌀엿 등을 들 수 있지만 물 밝기로 소문남 섬진강 상류의 옥정호를 보면 민물고기요리가 최고일 것 같아 잡어탕을 주문해놓고 창밖을 내다보니 상상대로 과연 절경이다.

노을이 지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교와 나래산은 차츰 어둠 속으로 묻히고, 얼큰하고 진한 맛에 손이 저절로 가는 잡어탕과 적당하게 간이 밴 생선찜 맛에 빠져 술 식는 줄도 모르는 분위기다. 식사 후에 계획된 여흥의 자리는 당연히 마다하고, 맛있게 먹은 음식을 소화시킬 요량으로 신선하고 포근한 밤공기를 헤치며 찻집을 찾아 나섰지만, 캄캄한 어둠뿐이라 섬진강댐물문화관 옆의 휴게소에서 차와 아이스크림으로 입을 가시고, 친구가 가져온 귀한 소안도 자연산 귤을 조금씩 나누어 숙소로 들었다.

 
운암대교야경
올갱이국


모처럼 늦잠도 즐기고 지역에 어울리는 진한 올갱이국으로 시원하게 아침식사를 나누고 호숫가를 따라 드라이브하여 옥정호 물안개길로 내려섰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 아름다운 호수면 위의 물안개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에 발길을 돌렸다. 일교차가 클 때 물안개가 많이 생기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이런 가을이나 봄이 절정의 풍광을 연출하는 시기인데 너무 아쉬웠고, 주변 산세가 아름다운 옥정호를 끼고 도는 순환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유명한 길이다.

섬진강 다목적댐을 만들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를 따라 국사봉 아래로 난 지방도 749번선을 드라이브하다보면 군데군데 전망대가 설치되어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데, 특히 전라북도 최고의 일출 명소를 꼽히는 국사봉에 올라 일출과 함께 호수 가운데 떠 있는 붕어섬을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날 것이다. 국사봉전망대 주차장에서부터 국사봉로를 걸어 양요정과 망향의 탑까지 다녀오면 안개가 가시어, 마치 붕어를 닮은 붕어섬을 다 그려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임실치즈테마파크로 달린다.



 
임실치즈테마파크
피자 까르보나 등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우리도 치즈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는데, 치즈테마파크에는 치즈체험장 홍보관 유가공공장 특산물 판매장 등의 다양한 시설을 둘러보며 치즈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느낄 수 있다. 치즈과학연구소를 통해 명품 치즈 생산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넓은 초원위로 펼쳐지는 스위스 아펜젤러를 닮은 이국적인 풍경에 황홀해하고, 깨끗한 임실의 청정원유를 재료로 하는 오감만족의 치즈체험, 돈가스 식사, 홍보관, 놀이시설, 포토존 등을 통해 치즈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만나보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힐링 체험공간이라 언제 가보아도 참 좋다.

치즈캐슬에서 돈가스 식사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려니, 치즈레스토랑을 들먹여 격이 있는 자리를 찾는 줄 알고 자리하여, 종업원의 추천대로 피자 까르보나 등을 주문하였는데 긴 기다림에 음식량도 코끼리 비스킷이라 입이 씁쓰레했다. 그래도 질 좋은 치즈를 구입하여 물 맑고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과 선녀들이 즐겨 놀았다는 사선대, 지역의 유지였던 김승희가 부친을 기리기 위하여 쌀 3백석을 들여 6년간에 걸쳐 세운 운서정을 둘러보고, 일제강점기 때 우국지사들이 모여 한을 달래던 곳에서 세계 각국의 뛰어난 조각품과 인근 오궁리 미술촌에서 제작한 조각품들을 감상하며 임실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운서정
사선문
사선대
넓은 초원
팔각정 전망대
망향의 탑
양요정
노르웨이숲



 
조각공원
김개인과 의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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