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생존은 사람에게 달렸다"
"반달곰 생존은 사람에게 달렸다"
  • 최창민
  • 승인 2018.12.19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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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동고동락 31년 신용석 국립공원사무소장
[인터뷰]퇴임 앞둔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신용석 소장

국립공원의 산 증인으로 통하는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60세)이 올해 말 정년퇴임을 맞는다. 19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창단멤버로 입사한 그는 자연보전의 전문가로서, 탐방서비스와 지역협력 분야의 개척자로서 공원관리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리산과 깊은 인연을 맺어 노고단과 세석평전의 훼손지 생태복구, 야생동물생태계 정밀조사, 반달가슴곰 복원, 자연해설 및 자원봉사제도 도입 등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한 장본인이다. 31년 동안 국립공원 및 지리산과 동고동락하고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그의 소회를 들어봤다.

신 소장은 자신이 관여한 반달가슴곰 복원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반달곰 복원사업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렸다”면서 “곰이 주민시설에 접근하지 않도록 음식냄새가 나지 않는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꿀 양봉지에는 전기펜스를 치며, 유사시 곰을 퇴치하는 스프레이를 구비하는 등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 탐방로 출입과 단독산행금지, 소음을 내는 방울소리를 내지 말아야한다”며 “곰과 만나면 등을 보이지 말고 현장에서 물러나거나, 더욱 접근하면 스틱이나 팔을 휘둘러 크게 보이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신 소장은 “90년대 말 환경부에서 지리산에 야생곰 몇마리가 살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멸종을 의미하기 때문에 복원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민족 신화에 등장할 만큼 친근한 반달가슴곰은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대형포유동물로서 전체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절대 필요한 우산종이다. 곰서식지라는 우산 밑에서 수백종의 동식물이 함께 생존하는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곰 서식지가 백두대간을 따라 확산된다면 결국 한반도의 자연생태계가 안정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되짚었다.

신 소장의 지리산과 인연은 1985년 화엄사계곡의 서어나무골 야영장의 수용력에 대한 논문을 쓸 때 현지조사를 도왔던 것이 계기다.

이를 계기로 1987년 공단에 입사했고 곧이어 지리산 전역의 자연훼손과 환경오염 실태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신소장은 당시 일을 회상하며 “그때 국립공원의 탐방로와 경관지역이 황폐했다”면서“특히 지리산의 성지라는 노고단 일원의 야생초지가 완전히 벗겨져 맨땅이 드러나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고산지대 훼손지 복구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태학자들과 숙의해 생태조사와 복구설계를 하고, 경험이 없던 업체와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때를 어려웠던 일로 기억했다.

“노고단과 세석평전은 고산지대로서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한번 훼손되면 되살아나지 못하는 환경이어서 생태복구가 성공할지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면서 “시공 이후 자생종의 씨앗 발아와 활착이 더뎠고 오히려 외래종 식물들이 우점해서 이를 제거하느라 몇 년간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시공 10년 후 아름다운 녹색경관이 회복됐을 때는 보람이 있었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앞으로 복원생태계에 대한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노고단·세석평전의 생태복구 노하우는 이후 벽소령과 천왕봉, 다른 국립공원과 산의 훼손지 복구에도 적용돼 호평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미세한 토양환경과 동물생태계의 회복이 완전히 이뤄졌는지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원구역 내 주민들은 단속과 규제가 심하다는 민원에 관해서는 “지금은 많이 완화됐고 보통의 순찰활동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나 탐방로 뒤편의 은폐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산림훼손과 형질변경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지역사회가 더욱 지리산을 애지중지 보살피면 지리산이 지역사회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선순환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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