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가야의 별자리’는 왜 새겨졌나
1500년 전 ‘가야의 별자리’는 왜 새겨졌나
  • 김귀현
  • 승인 2018.12.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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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최전성기 누린 군주의 머리 위
생명·부활 등 의미 담은 것으로 추정
함안 말이산 13호분에서 가야의 별자리가 처음으로 발굴됐다. 가야인들은 무덤의 주인이 누운 채 별자리를 마주할 수 있도록 덮개돌에 별을 새겼다.

아라가야인들은 왜 무덤 덮개돌 안쪽에 이같은 성혈을 새겼을까.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사람이 죽어서 시신을 매장할 때 별자리 형태를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다.

성혈은 일반적으로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발견된다. 한국 고대의 별자리는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부터, 무덤 속 별자리는 각저총·무용총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인다.

청동기시대 성혈을 찾아볼 수 있는 예로는 ‘함안군북지석묘군’ 중 제26호가 있다.

덮개돌에 398개의 ‘알구멍(성혈)’이 있는데, 이들을 서로 연결해보면 별자리를 연상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적 의식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다. 주로 북두칠성의 맞은편에는 남두육성을 그렸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방위의 개념과 함께 북두칠성은 죽음을, 남두육성은 삶을 주관한다는 고대 동양인들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목관 안 바닥에 시신을 얹어놓는 판목으로 북두칠성 별자리를 새긴 칠성판이 있었다.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는 성신(星神)으로 간주돼 조선시대 많은 무덤에는 칠성판을 넣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칠성판은 무덤 앞에 세우는 석인처럼 묘터의 지기를 억누르거나 사귀를 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구멍을 뚫는 이유는 ‘죽음을 관장하는 북두신에게 빌어 죽음을 구제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함안 말이산 13호분 조사에서 자문을 담당한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현재 발견된 전갈자리, 남두육성 외에도 추가적으로 별자리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고학적으로 무덤 벽면 채색 등과 남두육성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함안 말이산 13호분을 아라가야가 가장 번영했던 시기 군주 중에서도 가장 최전성기를 보낸 왕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덤이 구릉 정중앙에 위치한 점 △출토된 유물 사용 시기가 아라가야가 가장 번영했던 5세기 후반에서 6세기인 점 △육안으로 관찰되는 봉분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점 등이 근거이다.

성혈은 고령 지산동 30호분처럼 고분의 덮개돌 윗면에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이 경우는 청동기시대 암각화를 덮개돌로 재사용한 경우다. ‘별자리 덮개돌’로 조성된 무덤으로는 말이산 13호분이 첫 발견이다. 이에 조사단은 남두육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봤다.

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성혈을 새긴 덮개돌과 양쪽 벽면이 맞물리는 부분에는 구멍이 없었다.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 재료 역시 함안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화강암 성분이다. 무덤 축조를 기획할 때 의도를 엿볼 수 있다”면서 “13호분 내부 벽면이 세계사적으로 생명·부활·강성·태양 등을 상징하는 붉은 색으로 칠해진 점도 이와 연결된다. 별의 크기나 빛을 상징하기 위해 크기와 깊이를 달리해 새긴 남두육성 역시 당시 가야인들의 뜻을 담지 않았겠나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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