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은 아직도 미완(未完)이다
촛불혁명은 아직도 미완(未完)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2.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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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누군가가 말했다. ‘개혁은 용의주도하고 온건하지만 혁명은 폭력적이고 정열적’이라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혁명은 혁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상위10%의 왕실, 봉건지주와 귀족에 맞서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루이16세와 왕비 마리 앙뚜아네트, 수많은 귀족과 봉건지주들을 단두대로 보냈고 마녀사냥까지 겹쳐 피로 물들였다. 혁명은 성공했지만 수십년간 권력이 옮겨갈 때마다 칼로틴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은 늘어갔다. 피가 피를 부르는 숙청으로 혼란은 계속됐고 마침내는 나폴레옹이라는 초급장교가 등장, 전 유럽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비극을 불러들였고 왕정은 나폴레옹에 의해 다시 서는 역사의 후퇴를 불러 들였다. 프랑스가 오늘날은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인 삼색기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지만 혁명의 희생은 너무 컸다.

대비되는 것은 영국의 명예혁명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에 성공, 왕권의 윌리암3세와 혁명군의 메리2세가 공동으로 왕위에 올랐고 권리선언에 이은 권리장전을 이끌어 냈고 오늘날 까지도 왕실과 왕이 존재하는 나라이면서 민주주의를 화려하게 꽃피우는 나라가 됐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국기를 합쳐 만든 영국기 유니언 잭이 바로 영국의 혼이 아닐까 싶다. 대립된 세력의 화합과 타협은 영국을 민주주의의 종주국이 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명예혁명은 혁명이라기보다는 개혁적 성향이 더욱 농후하다. 피를 부르지 않고 포용하고 융합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촛불혁명도 마찬가지이다. 질서정연했고 법의 심판을 기다렸고 그 결과에 정치권과 국민이 승복했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도 아파르헤이트(극단적 인종분리주의)에 맞서 저항하다 종신형을 받아 살아서는 나갈 수 없다는 로벤섬 감옥에서 27년간을 옥살이 하다 석방돼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지만 포용으로 나라를 이끌었다. 자신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사람도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용서했고 정적들을 단죄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증오를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증오는 자신이 독약을 마시고 그 독약이 적들을 죽이길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남아공을 있게 한 혁명이 아닌 개혁이라 할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서양사의 편린을 들춰 보는 것은 한해 내내 계속된 적폐청산이 과연 개혁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의 핵심과 장차관등 백명이 넘는 사람이 단죄돼 감옥에 들어갔거나 재판에 계류중이고 지금도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아래 압수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죄목을 정해놓고 죄가 드러날 대까지 영장청구와 압수수색을 반복하는 느낌마저 들어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해 달해 있다. 그렇다고 지금 정권이 과거 정권과는 구별될 만큼 개혁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집권 3년차가 되기 전에 온갖 의혹이 난무하고 대통령의 지지지율은 떨어져 부정적 평가가 긍정을 넘어섰다. 과거 정권의 잘못과 나쁜 관행을 답습하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도 안정되거나 나아지지 않았다. 생활물가는 들썩이고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자의적이고 보복적이라는 시각을 갖게 하는 적폐청산은 멈춰야 한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촛불정신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후세의 사가들은 오늘의 현상을 정권교체 때 마다 반복된 구별되지 않는 권력유지를 위한 숙청으로 평가할지도 모른다. 기해년(己亥) 새해는 화해와 포용, 그리고 타협으로 짝퉁 진보, 사이비진보가 아닌 진정한 진보로 한민족의 새 장을 열어야 한다. 지긋지긋한 반목,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동서화합과 남녀, 계층간, 노사화합에 이은 남북공동번영의 새 장을 열어야 할 사명이 지금 정권에 있다. 소외된 계층에 햇빛을 비추고 사회적 약자가 희망을 갖는 나라, 청년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미래를 꿈꾸는 살만한 나라가 되게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촛불정신이다. 촛불혁명은 아직은 미완(未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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