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X-Mas’에서 미지수 같은 X는 뭘까. 그리스어인 그리스도(XPIΣTOΣ/크리스토스)의 첫 글자를 따온 표기법이다. 따라서 X-Mas의 바른 읽기는 ‘크리스마스’가 되는 거다. 이걸 엑스마스로 읽었던 나는 틀린 줄을 뒤늦게 알고는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에 대해 초보적인 것 몇 가지를 더 덭어본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미사(Mass) 구조다. 그리스도는 메시아(구세주)란 뜻의 그리스어 보통명사지만 나중 기독교인들이 나사렛 예수를 ‘예수 그리스도’라 칭했기에 고유명사화했다. 미사는 ‘천주께 드리는 제사’로, 히브리어다. 곧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 기념 미사인 거다.
성서에는 ‘동정녀 마리아’ ‘마구간’ 같은 낱말로 예수 탄생을 전하면서도 그 날짜를 써놓지 않았다. 해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1월 1일, 1월 6일, 3월 27일 등으로 각기 예수 탄생을 기렸다.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로 굳어진 건 4세기 교황 율리우스1세 때인데, 동지와 관계가 있다.
로마인들은 동지를 ‘태양의 날(Sun-Day)’로 하여 큰 축제를 벌였다. 동짓달을 열두 달의 첫 달로 쳐서 첫 번째 지지를 붙여 자월(子月)이라 하고 동짓날을 버금 설날로 보는 동양의 인식과 같았던 거다. 그런 전통적 동지 축제에다 예수 탄생을 경축하는 의미를 덧붙였다는 게 학자들의 풀이다. 그리스도를 태양과 같이 우러러 동짓날을 그 탄신일로 삼았다는 얘기다. 해가 길어지므로 새로운 태양이 뜨는 날이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을 비추는 또 하나의 빛이다. 크리스마스 날엔 로마인들의 그런 중의(重義)적 생각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오늘 해가 지면 X-마스이브다. 이브(eve)는 축일 전야란 뜻이지만 여기에도 그 상식적 의미와는 다른 내력이 있다. 그리스도 초기 로마인들은 일몰로부터 이튿날 일몰 때까지를 하루로 여겼다는 거다. 이 개념에서 이브 축제 풍속이 비롯됐다. 굳이 옛사람들의 인식이 아니더라도 이브인 오늘부터가 크리스마스다.
동지가 그저께 지나갔고 또 한 번의 성탄절을 맞는다. 저무는 해 앞에 심사가 허허롭다. 세월 탓인가. 이브에 만끽했던 젊은 날의 환희는 다 어디로 빠져나간 건지 가슴이 텅 비었다. 그 허전함 떨쳐볼 양으로 동지ㆍX-마스 계절에 요동시(遙東豕) 같은 묵은 소리 한마디 끼적이는 것이다.
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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