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마스 이브의 요동시
X-마스 이브의 요동시
  • 경남일보
  • 승인 2018.12.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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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정재모

‘X-Mas’에서 미지수 같은 X는 뭘까. 그리스어인 그리스도(XPIΣTOΣ/크리스토스)의 첫 글자를 따온 표기법이다. 따라서 X-Mas의 바른 읽기는 ‘크리스마스’가 되는 거다. 이걸 엑스마스로 읽었던 나는 틀린 줄을 뒤늦게 알고는 내친 김에 크리스마스에 대해 초보적인 것 몇 가지를 더 덭어본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미사(Mass) 구조다. 그리스도는 메시아(구세주)란 뜻의 그리스어 보통명사지만 나중 기독교인들이 나사렛 예수를 ‘예수 그리스도’라 칭했기에 고유명사화했다. 미사는 ‘천주께 드리는 제사’로, 히브리어다. 곧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 기념 미사인 거다.

성서에는 ‘동정녀 마리아’ ‘마구간’ 같은 낱말로 예수 탄생을 전하면서도 그 날짜를 써놓지 않았다. 해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1월 1일, 1월 6일, 3월 27일 등으로 각기 예수 탄생을 기렸다.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로 굳어진 건 4세기 교황 율리우스1세 때인데, 동지와 관계가 있다.

동지는 추분부터 마냥 길어가던 밤이 정점을 찍고 낮이 두터워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묵은 태양이 지고 새로운 해가 뜨는 첫날인 거다. 고대 로마에서 동지는 요즘의 그것보다 3~4일 늦은 12월 25일이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동지를 ‘태양의 날(Sun-Day)’로 하여 큰 축제를 벌였다. 동짓달을 열두 달의 첫 달로 쳐서 첫 번째 지지를 붙여 자월(子月)이라 하고 동짓날을 버금 설날로 보는 동양의 인식과 같았던 거다. 그런 전통적 동지 축제에다 예수 탄생을 경축하는 의미를 덧붙였다는 게 학자들의 풀이다. 그리스도를 태양과 같이 우러러 동짓날을 그 탄신일로 삼았다는 얘기다. 해가 길어지므로 새로운 태양이 뜨는 날이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을 비추는 또 하나의 빛이다. 크리스마스 날엔 로마인들의 그런 중의(重義)적 생각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오늘 해가 지면 X-마스이브다. 이브(eve)는 축일 전야란 뜻이지만 여기에도 그 상식적 의미와는 다른 내력이 있다. 그리스도 초기 로마인들은 일몰로부터 이튿날 일몰 때까지를 하루로 여겼다는 거다. 이 개념에서 이브 축제 풍속이 비롯됐다. 굳이 옛사람들의 인식이 아니더라도 이브인 오늘부터가 크리스마스다.

동지가 그저께 지나갔고 또 한 번의 성탄절을 맞는다. 저무는 해 앞에 심사가 허허롭다. 세월 탓인가. 이브에 만끽했던 젊은 날의 환희는 다 어디로 빠져나간 건지 가슴이 텅 비었다. 그 허전함 떨쳐볼 양으로 동지ㆍX-마스 계절에 요동시(遙東豕) 같은 묵은 소리 한마디 끼적이는 것이다.

 

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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