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3)
  • 경남일보
  • 승인 2018.12.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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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죽음, 갑작추위
겨울이 되면 추워야 겨울답다지만 추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 동안 포근했는데 다시 추워질 거라고 하니 조심해야겠습니다.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추위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날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오늘은 겨울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한파’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 드립니다. 먼저 ‘한파’는 한자로 풀면 ‘차가울 한’에 ‘물결 파’로 ‘차가운 물결’이라는 뜻입니다. 말모이 사전에서 ‘한파’를 찾으면 ‘겨울철에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면서 들이닥치는 추위’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자의 뜻을 가지고는 말모이에서와 같은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라는 뜻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살다보면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많아서 ‘갑자기’라는 뜻을 가진 ‘갑작’이라는 말이 들어간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떠올려 보라고 하면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돌’자가 들어가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면 돌풍, 돌연사, 돌연변이와 같은 말들이 생각나실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말에 쓰인 ‘돌’자가 ‘갑자기 돌’입니다. ‘돌풍’은 ‘갑자기 부는 바람’을 뜻하는 말인데 북한에서는 ‘갑작바람’이라고 한다는 것을 우리 말모이 사전에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돌연사’는 잘 아시다시피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일’을 뜻하는데 ‘갑작죽음’이라고 한다는 것을 우리 말모이 사전에서 풀이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의사들도 ‘돌연사’라 하지 않고 ‘갑작죽음’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것들 가운데 어버이에게는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나 내림하는 것을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갑작변이’라고 한다니 우리와 다르긴 다릅니다.

‘돌풍’보다는 ‘갑작바람’이, ‘돌연사’보다는 ‘갑작죽음’이 뜻을 얼른 알 수 있어서 더 쉽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부는 바람’을 ‘갑작바람’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고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일’을 ‘갑작죽음’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면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는 ‘갑작추위’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자를 알아도 뜻을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운 ‘한파’라는 말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 ‘갑작추위’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쓰면 좋겠다 싶어서 저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자주 씁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앞으로 ‘한파’ 이야기가 나올 때는 ‘갑작추위’라는 말도 떠올려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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