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2018년을 보내며
[여성칼럼] 2018년을 보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8.12.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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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진주평화기림사업회 공동대표)
2018년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중요한 전환기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18년 1월에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로 시작된 미투, 5월의 홍대 남자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촉발되어 7개월이 넘게 이어져 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와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문제 제기, ‘낙태죄 폐지 혹은 낙태죄 위헌판결 요구 시위’ 등 그 어느 해보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고 강력하게 울려 퍼졌고 그로 인해 사회가 요동쳤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피해와 이 피해를 만들어 내는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처절한 목소리에 비해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답은 아직 명쾌하지가 않다. 조직 내에서 혹은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미투 피해자는 미투 이후 2차 피해로 인하여 더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여성의 몸을 상품으로 하여 돈을 버는 웹하드 카르텔은 아직도 건재하며 불법촬영물은 온라인상에서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또한 일상에서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 여성혐오는 아직도 넘쳐 나고 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와 ‘낙태죄 폐지 혹은 낙태죄 위헌판결 요구 시위’ 등으로 십 수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서 외치는데도 이에 대한 시의적이고 성실한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2018년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지 2018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미투와 동일한 발언들이 있었고, 여성을 차별적으로 보는 시선들,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태도들에 대해 여성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왔었다. 그런데 2018년에는 그 목소리들이 더 많이 커졌고, 더 크게 들렸다. 더 많은 여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가 이제 사회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여성들의 말하기는 이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멈출 수가 없다. 가해자 혹은 가해 집단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정치계, 문화계 등 모든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말하기는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투를 제기하게 하는 당장의 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투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외치는 모든 요구,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과 낙태죄 폐지의 목소리에도 궁극에는 이러한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저출산에 대한 정책의 기본 철학을 바꾼 것은 더 반갑게 다가온다. ‘저출산 대책의 방향을 기존의 합계출산율 얼마를 달성한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2040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고 출산을 강제하던 데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정책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다. 안심하고 이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란 근본적으로 성평등한 사회이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본질적인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늦긴 했지만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여성가족부의 발표도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2018년에는 더디기는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징후를 여러 곳에서 포착하게 된다.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품고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송구영신.


강문순(진주평화기림사업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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