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진주정신과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
[경일포럼] 진주정신과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8.12.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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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7월 한국경영학회와 진주시가 공동으로 “진주는 천년이 넘는 유서 깊은 역사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학문과 문화, 정신의 도시이며, 삼성, LG, GS, 효성 등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창업주를 배출한 창업과 기업가정신의 산실이다. (중략)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하고 미래를 이끌어 갈 세대들의 창업 정신을 촉진하기 위해 오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인을 배출한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한다.”라고 하면서 진주를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을 말하는 것”으로 필자는 이를 진주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진주에는 다른 어떠한 도시나 고을에도 없는 ‘진주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서울에 ‘서울정신’이 부산에 ‘부산정신’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주에는 진주정신이 있다. 진주정신은 우연히 생긴 것도 아니고, 어제 오늘에 연유(緣由)된 것은 더욱 아닌 것이다. 진주의 정신문화는 나라의 요충지역과 더불어 나라의 중심인물을 배출한 것에서 연유한 것이다. 경의사상(敬義思想)과 실천유학(實踐(儒學)을 근간으로 한 영남학파의 거두 남명 조식선생, 임진왜란 때 김시민 장군의 진주성 싸움은 이러한 진주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고, 또한 논개의 의열(義烈)도 진주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진주시민이 가슴깊이 새기며 어엿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주는 정(情)이 있는 곳이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줄 알고, 외부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어 정을 심어 주는 곳이 진주이다. 또한 도심(都心)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남강이 진주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묶어놓는 것인지 모른다. 대부분의 도시들에는 없는 도심에 강이 흘러 진주의 아름다움을 더욱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물이 우리 인간의 심성(心性)을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하게 하므로 진주정신이 배여 온 것이다. 이러한 진주정신은 농민운동의 발상지로 만들었고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현대사에 기록되었으며, 이윤추구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된다.

그러나 지금의 진주는 어떠한가? 세계적 기업의 창업주를 그렇게나 많이 배출한 도시 진주에는 기업다운 기업이 없다. 국내 100대 기업은 고사하고 변변한 상장기업마저 희소한 도시다. 기업가는 배출하면서 기업체는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여기에 있다. “진주시, 기업환경 전국 228개 지자체 중 227위라니…”의 기사가 대변하는 듯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지자체와 지역기업 8800여개를 대상으로 기업환경 평가를 한 결과 진주가 최하위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기업주가 진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려 하겠는가?

또한 진주시민은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올곧은 성격이 기업환경에는 결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수 년 전 전국공무원 노조가 만들어 질 때 진주시의 공무원들이 가장 과격하였다는 이야기도 회자(膾炙)되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지나가는 기차를 세우며’ 민주화를 지켜낸 곳이기에 기업주들은 선망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이제 진주정신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올곧은 정신문화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가정신뿐만 아니라, 이윤추구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도 포용하여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변할 때 기업가정신 수도 진주는 정신적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물질적 풍요로움도 함께 누릴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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