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 작고 50주기 추모 헌정산문집
김수영 시인 작고 50주기 추모 헌정산문집
  • 연합뉴스
  • 승인 2018.12.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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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인 산문 싣은 ‘시는 나의 닻이다’ 나와
시인 김수영 작고 50주기를 추모하는 후배 문인들의 헌정 산문집 ‘시는 나의 닻이다’(창비)가 출간됐다.

이번 책에는 김수영의 삶과 문학을 생생히 회고한 백낙청·염무웅의 특별 대담을 필두로, 김수영과 동시대를 산 이어령·김병익 평론가, 황석영·김정환 등 원로 문인, 심보선·송경동 등 젊은 작가, 김상환·김종엽 등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학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21명 필자의 김수영에 관한 단상을 담았다.

백낙청, 염무웅 두 원로 문학평론가는 김수영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의 시론에 대해 논하고, 우리 문학사에서 김수영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 의미를 짚는다.

“그런 순종심리의 어느 일면은 지금도 내 속 어딘가 남아 있을지 모르는데, 김수영 선생의 말씀은 내면에 뿌리내린 통념과 허위의식의 근원을 사정없이 직시하게 하고 사정없이 격파하는 것이었어요. 김 선생의 화제는 언제나 문학과 문단에 관한 것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저로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로 뜨게 하는 일종의 의식혁명이었지요.”(염무웅·23쪽)

“김수영이 개벽파로서 면모를 제대로 갖추는 시점은 역시 5·16 이후인 것 같아요. 4·19 이전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4·19를 통한 해방감. 이걸 다 맛보고 나서 4·19 당시에 자기가 쓴 시들도 그 자신의 표현대로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 가는 시’에는 미달했다는 반성을 겸하면서 정진하다 보니 시가 쓰일 때마다 이전에 없던 세계가 새로 열리는 그런 충격을 주는 시인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백낙청·51쪽)

평론가 이어령은 ‘맨발의 시학’이라는 이름하에 본인의 김수영 시론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김수영 시인이 다른 시인들과 차이가 있다면 신발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발에 맞지 않는 거북한 신, 답답한 신발을 벗어 던지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 남들이 비웃더라도 차라리 맨발로 백주의 거리를 횡단하라고 외칠 것이다.”(65쪽)

김수영과 ‘불온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잘 알려진 이어령은 “서로 누운 자리는 달랐어도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라고”라는 문구로 글을 끝내며 본격적인 김수영론을 완성할 것을 다짐한다.

김병익은 문화부 신참 기자로서 김수영을 인터뷰한 당시를 실감 나게 회고한다.

1967년 그가 김수영을 직접 만나 작성한 기사에는 ‘모던 포엠의 진짜를 보여주는 게 자기 시집 한권보다 더 값진 소임으로 믿고, 현대시가 난해하다는 건 지독한 와전’이라고 주장하는 김수영이 생생히 살아있다.

황석영은 김수영의 삶을 통해 자신의 곡절 많은 일생과 우리의 현대를 반추해보고, 노혜경은 김수영의 시집을 선물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첫사랑의 기억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그외에도 유신과 광주의 시대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력을 느끼며 읽은 김수영을 고백하는 김종엽, 김수영 문학에 내재한 자유와 사랑과 절망을 예로 들며 정직한 목소리로 사는 현재를 고민하는 송종원 등 김수영을 구심점으로 한 산문이 이어진다.

헌정 산문집 공편자인 최원식 평론가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시인과 직접 교유한 경험을 지닌 문인들을 우선적으로 모시고, 온갖 모양으로 김수영 문학과 만난 후배들, 시인, 소설가, 비평가뿐만 아니라 문단 바깥의 지식인들까지 널리 초청하기로 했다. (…) 쟁쟁한 후배들이 김수영의 언어에 감전된 스파크의 순간을 섬세하게 기록한 산문들 또한 그대로 한국 현대문학의 이면사일 것이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산문집 ‘시는 나의 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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