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가짜뉴스, 자율정화기능을 기대한다
[경일시론]가짜뉴스, 자율정화기능을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2.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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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중국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그의 최측근이었던 환관 조고(趙高)는 음모를 꾸며서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그의 동생인 호해(胡亥)를 황제로 삼았다. 현명했던 부소보다 어린 호해가 다루기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조고는 이후 이 어린 황제를 조종해 정적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스스로 승상의 자리에 올라 나라의 실권을 손에 쥐었다. 거만함이 하늘에 닿던 어느 날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을 바치니 받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사슴과 말을 구별할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었던 황제는 조고가 농담을 한다며 어떻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할 수 있는냐(지록위마:指鹿爲馬)”고 반문했다. 그리고 신하들에게도 물었다. 황제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그것을 말이라고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 답한 신하들을 눈여겨보았다가 훗날 죄를 씌어 모조리 죽였다.

몇 년 전 미국 MIT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60%의 성인은 10분 동안 적어도 한 번의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한다. 이 정도로 인류가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세상은 굴러가고 있을까? 13세기에 활동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거짓말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다. ‘악의적인 거짓말’, ‘악의 없는 거짓말’,‘웃자고 하는 거짓말’이 그것이다. 세상이 그래도 잘 돌아가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두 번째, 세 번째 유형의 거짓말이 첫 번째 거짓말보다 훨씬 많아서일 것이다. 나쁜 의도나 적의를 가진 거짓말은 큰 전쟁에서까지 적을 궤멸시킬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들이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도 거짓말이 선거의 판도를 결정지은 경우를 여럿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파괴력을 가진 거짓말이 이제는 널리 확산된 소셜미디어의 망을 타고 훨씬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그 한 예이다. 그래서인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수록 이를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초 집권여당이 ‘가짜뉴스 대책반’을 만들고,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에 비유하며 검찰과 경찰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어 곧바로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 처벌 강화방안’을 발표해 허위조작 정보를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도 만만치가 않은 실정이다. 지난 11월 초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선 주최측이 친여성향의 진보정당과 언론임에도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옥죌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한 토론자는“허위조작 정보를 규정할 때 규정하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모호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바로 ‘지록위마’의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최근 여당은 지난 연말까지 별도 입법을 통해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원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그런데 가짜뉴스의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이냐’와 ‘공정한 정보관리를 누가 할 것이냐’라는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터넷 공간의 발전 과정에서 보듯이 ‘정보시장의 자율적 정화기능’에 맡기는 것이 불가피한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또한 정부, 여당은 요즘 이런 가짜뉴스에 지나치게 예민해진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지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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