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차 한잔으로 여는 새해
[경일춘추]차 한잔으로 여는 새해
  • 경남일보
  • 승인 2018.12.3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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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봉명다원 원장
김선미


5분의 차 한 잔은 천년의 여유를 갖는다. 옥황상제와 마귀의 상과 벌 속에서 옥황상제는 “돈 걱정, 입을 걱정 없는 부자도 좋지만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마귀에게는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쟁 속에 사는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모두가 뛰고 모든 사람이 빨리 뛰다보니 속도와 함께 모든 질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일상이 돼버렸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 또 많은 물질이 넘쳐남에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쳤다.

특히 알게 모르게 농약을 사용하는 먹거리나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게 되면서 어느새 현대인의 체온은 과거보다 0.5도가 떨어졌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면서 희귀 질병으로 웰빙 먹거리가 찾기 어려워졌다.

시골에 살면서 그런 이유들로 예방과 치유에 절실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애써 모아둔 돈도, 그 무엇도 집착하지 않았다. 자연에서 정신적 안정과 육체의 휴식을 얻기위해 돈과 노력을 다시 쏟아 붓는 사태를 맞게 됐다.

TV속이나 매스컴에서 해돋이를 본다. 새해 계획으로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인생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역주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 볼일이다.

내가 차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차를 만들면서 부터였다. 차는 만들 때는 불, 법제법 차를 마실 때는 물, 차의 양에 따라 솔직한 맛과 정직한 향을 낸다. 처음엔 태우고 설익고 고루 익히지도 않고 차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끌려 진정한 차의 성질을 몰랐다. 340도가 넘는 가마솥에서 올라오는 차 향기는 20여년동안 나를 지칠 줄 모르게 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했다. 차 향기는 라일락 향기 같기도 하고 풀냄새 같기도 하다. 코를 찌르는 향기는 온 몸에 퍼져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다.

차는 야채와 달리 뜨거운 솥 안에서도 참으로 잘 견디며 초록의 제 모습을 드러낸다. 솥 안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장갑을 겹겹이 끼고 마치 신에 들린 듯 비비면(살청), 찻잎은 연두색, 담홍색, 담갈색, 담흑색으로 변하면서 차로 완성돼 간다.

차도 여러 번 마시면서 특유의 맛이 우러나듯이 사람도 만나면 만날수록 본 모습을 알게 된다. 차를 마시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서 차를 이야기 한다. 기해년이다. 이 기회에 좋은 사람들과 차 한 잔을 하면서 새해를 여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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