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신뢰(信賴) 조성, 일류국가의 초석이다
[경일칼럼]신뢰(信賴) 조성, 일류국가의 초석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12.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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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법학박사·시인·前사천경찰서장)
 
주용환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가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 여행하느냐에 따라 가이드가 여권을 거두어 보관하거나 개인이 소지하게 하고 하루 이상 호텔에 묵을 경우 백 속에 넣어두고 간편하게 나오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후진국에는 전자에 속할 것이고, 선진 유럽·일본 등지에서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 나라의 치안상태나 시민의식을 신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신뢰란 누군가를 믿을 때 마음이 편해지고 혹시 그 사람이 배신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고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질 뿐만 아니라 배신을 위한 예방에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신호를 각자가 지키리라는 믿음이 바로 신뢰인 것이다.

몇 해 전 일본계 미국 지식인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출간한 ‘트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비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일본 독일은 고신뢰 사회이고 중국 한국 이탈리아는 저신뢰 사회라고 주장한다. 저신뢰 사회는 앞으로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우리가 쉽게 듣곤 하는 말이지만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고소건수가 일본의 열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 또한 신뢰사회의 극단적인 비교평가라고 본다.

나라마다 신뢰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은 문화적으로 고유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 경제적 역사와 상황의 파생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사회학자도 있다. 문화는 나쁜 것은 장수하지만 좋은 것은 단명 한다며 예컨대, 이웃 간 신뢰가 철철 흘러넘치는 어느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부동산 투기 바람이 한 번 불면 신뢰는 금방 깨지고 말기 때문이란다. 또한 뿌리 깊은 신뢰의 부재는 경험을 통하여 치유하기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신뢰가 부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적 실험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더 나쁜 경우에는 신뢰의 부재를 증폭시키는 행동에 빠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이 나고 여행을 떠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한다. 즉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 전이가 이루어진다는 뇌과학 ‘거울뉴런’에 의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거울뉴런’을 ‘공감뉴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런 능력을 통하여 인간은 글을 읽으면서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감뉴런은 신뢰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인간의 뇌에는 이같은 ‘공감뉴런’이 있어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계획하는지 그 의도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신뢰가 저급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근간에 광우병사태를 비롯 천안함 사건, 각종 인사청문회, 정치공약, 인맥을 통한 인사행태, 내로남불의 분위기 등에서 국가나 정부 뿐만 아니라 개개인 서로 간에도 믿고 신뢰하는 것보다는 불신과 반목이 넘쳐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는 불신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끝까지 지켜준다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해야 할 것이며, 그 신뢰가 한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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