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산 돌기를 새해 화두로!
100명산 돌기를 새해 화두로!
  • 경남일보
  • 승인 2018.12.3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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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신문을 보는 나이가 얼마일까 하는. 나의 경우를 보면 아마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신문을 보았을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다.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모든 것들을 하니 굳이 종이로 된 신문을 보지 않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매일 신문을 받아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필자가 왜 신문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는 이 지면을 통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산, 숲과 관계된 일을 하기에 수시로 산에 간다. 숲에서 하는 일이 모두 공부기에 더없이 가깝게 지낸다. 30대에는 내가 죽을 때까지 우리나라의 산들을 다 다녀보리라 다짐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산들이 얼마나 많은 지 매일 간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다 갈 수 없을 것이란 수치에 그만 포기했다. 그리곤 시간이 날 때마다 가까운 산에 갔다. 그저 산이란 좋은 곳이기에 말이다. 걷다가 지치면 앉아 쉬면서 새들 소리나 숲에서 나는 바삭 소리에 놀라는 나 스스로의 마음도 추스르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산에 자주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일 때문에 가는 산은 그저 현장이고 그렇다보니 감흥은 새롭지 않았다. 일이라고 생각한 순간 산은 그저 일터에 불과했다.

가까운 지리산에라도 가려면 생각을 여러 번 해야 했다. 마치 작심하고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피식 웃음도 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해 동안 산다운 산에는 가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오르기 위해 가는 산이 없었던 것이다. 무작정 오르기 위해 가는 산이라면 좀 더 여유도 있을 거며, 이런 저런 생각도 내려놓을 수 있을 텐데 하면서.

그래서 문득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00대 명산이 있다는 것을. 매일 갈 수도 없고, 또 주말마다 갈 수도 없으니 그래도 여유 있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1년에 10군데, 100명산이라면 10년이 걸릴 일이다. 100명산인데 뭐 10년씩이나 걸려!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냐, 그 정도면 여유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산에 가는 일이 여유가 없다면 산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말뿐 산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듣지 못한 새소리도 선명하게 들릴 것이며, 바라보이는 나무와 숲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명산에 간다면 계절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명산이니 말 그대로 이름난 산,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니까 말이다. 산이 다 좋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느끼기에 다르니 말이다.

10년에 걸릴 것이라면 그보다 빠르게 완성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늦게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그때마다 한 산 한 산을 오르고 즐기며 나의 건강은 좋아질 것이고 또 오감의 즐거움은 또 어떻게 좋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 좋아진다. 그 산 주변의 장터도, 그 산 주변의 사람 사는 마을도 구경하면서 여유를 가진다면 한 달 한 번의 사치(?)는 소박한 사치가 아니련가. 먼 곳이라면 1박 2일도 무탈할 것이다. 그때에는 작은 계획도 세울 것이다. 그 산에 가기 위해 기대하는 시간도 설레는 시간도 즐거울 것이다.

꼭 산꼭대기까지 오르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적당히 가고 싶은 곳까지 가는 것으로 마음을 잡는다면 부담은 줄어들 테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자유로운 산행이 될 것이다. 꼭 어떤 다짐을 새해에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나 그런 다짐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올해 나는 그런 다짐을 해 보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산천을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은 숙제 같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유 있을 때 가면 되니까 말이다. 가까운 산부터 하나 둘 가보는 것이다. 가본 곳도 있을 거고, 안 가본 곳도 있을 테니 낮선 곳에서의 그 낯섦은 또 얼마나 기분 좋고 신비할 일인가.

필자가 왜 서두에 신문을 구독해서 보기 시작한 나이를 이야기 하는 이유를 독자 분들은 아실 것이다. 100대 명산을 찾아야 할 나이가 아마도 신문을 읽고 있는 나이가 아닌가 생각해서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도 그저 가까운 산부터 꼭 꼭대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10년 아니 그 이상이어도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에 들어보지 않으시련가. 그걸 새해 화두로 삼고 실행해 보지 않으시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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