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물녘 태화강 대숲은
자석이 되어
까맣게 쇳가루를 끌어당긴다.
-이시향
울산 태화강에 겨울철새가 둥지를 튼 모양이다. 떼까마귀, 갈까마귀들이 일출과 일몰 1시간을 전후하여 일제히 날아오른 군무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해충이나 풀씨 그리고 낙곡 등을 먹으므로 다음해 농사에 도움이 되는 길조로 전해진다.
우왕좌왕하는 듯 보이지만 저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질서는 눈을 떼래야 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모였다 일제히 난분분 흩어지는 이미지를,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로 표현한 상상력이 실로 대단하다. 사물을 통하여 대언자가 되는 시인은 한마디로 ‘사물의 입’인 것이다. 디카시가 문자시와 차별화됨을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영상과 문자의 조화, 상상력의 명징함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보인다.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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