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를 뿐
  • 경남일보
  • 승인 2019.01.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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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올해는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그 100년 동안 식민의 시대를 지나고 전쟁을 치르고 분단의 시대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 내며 보조를 받던 빈국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경제대국이 되어 있다. 1980년대 냉전 종식 이후로 민주주의 체제의 평화와 경제 성장 속에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외치면서 우리는 ‘사람답게 살기’ 우선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21세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는 동안 다시 경제 발전은 둔화되고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심화되고 왠지 모를 불안과 분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하는 공통된 정서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극우주의가 비집고 들어서며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 지경이 되었다. 한 때 우리는 이념과 지역 갈등의 거대한 두 양극화로 다툼을 하며 극좌 극우의 세계만 강요당해 왔다. 서로 다른 세계인 것을 틀린 세계라고 손가락질하며 반목의 시간을 흘려보낸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종전과 평화, 통일의 시대를 예감하는 장밋빛 미래 예언이 들어서게 되면서 이념과 지역의 갈등은 갈수록 옅어지며 이 사회의 반목은 멀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층과 젠더라는 새로운 갈등요인이 나타났다. 자본주의 성장 정체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양극화와 불평등이 끝없이 확대되고 정치권에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갈팡지팡하는 가운데 소시민들의 절망은 기성정치권과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고 나아가 이민자나 소수인종,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생각을 가진 상대에 대한 배척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고 혐오발언의 온상이 되면서 진실과 상관없이 사회갈등과 분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춧불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탄생한 현 정부에서도 소통 부족은 여전하고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격렬해지면서 그동안 보수·진보 프레임 속에서 양 갈래로 움직이던 대립의 모습이 이념갈등-남녀갈등-세대갈등 등이 뒤엉킨 채 여기저기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끓어 터지기 직전까지 와 있다.

나라를 되찾겠다고 시베리아와 만주벌판을 떠돌며 독립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100년 전의 우리 조상들에게 그 시대의 적은 일제였고 일제를 따르는 이들이었다. 친일은 틀리고 반일은 옳다. 독립을 맞이하고 남북이 분단되고 하루아침에 형제자매가 원수가 되어 서로 총칼을 겨누게 되면서 남은 나의 조국이고 북은 원수가 되었다. 남한의 나에게 북은 틀리고 남은 옳다. 그러고 빠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주의 정착과정에서 독재자도 나오고 저항자도 나왔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자 없는 내란도 꾸며내고 많은 시민은 그 독재에 맞서 처절하게 죽어갔다. 독재는 틀리고 불의에 대한 저항은 옳다.

2019년을 맞이한 지금 사회는 이렇게 이건 틀리고 저건 옳다고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의 시대가 되었다. 민주주의 발전을 통해서 터져 나온 갈등과 대립의 다양화 현상이지만 이 위기를 해결할 힘이나 의지를 지닌 현명한 누군가 또는 단체가 보이지 않는다. 틀린 것과 옳은 것은 구분하고 정의되면 그만이지만 작금의 갈등의 ‘사고의 다름’은 그 이유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맞추어 갈등을 부풀리고 작의적으로 해석하고 심지어는 뼈와 살을 덧대어 가짜뉴스까지도 생산해 낸다. 독립만 되면 인류 최고의 민족으로 살아갈 거고 세상 최고로 평화로운 나라가 될 거라 여겼던 선조들에게 제 나라 땅에서 제 나라 말을 쓰면서 남혐·여혐으로 반목하고 군대 때문에 갈등하고 이민자 때문에 서로 돌아서는 이 21세기의 속 좁은 후손들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이 문제는 옳고 틀림이 아니라 그저 ‘나의 생각이 다른 그대’임을 인정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면 되는 것을.

 
윤창술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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