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위성 조립공장 건립 위치, KAI에 맡기자
중형위성 조립공장 건립 위치, KAI에 맡기자
  • 문병기
  • 승인 2019.01.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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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사천취재부장)
문병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 중형위성 조립공장 건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천시와 진주시가 건립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작 당사자인 KAI는 아무 말이 없는데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얽히다보니 이웃사촌간 얽굴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진주시다. 지난 2015년 KAI와 맺은 ‘진주지역 우주분야 사업유치 및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서’를 전격 공개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협약서에는 KAI는 관련시설이 진주지역에 적기에 조성될 수 있도록 우주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명시됐고 실무협의도 몇 차례 진행했다며 진주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KAI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형위성 조립공장이 반드시 진주에 안착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늬앙스로, KAI 입장에선 협박에 가까운 발언으로 오해할 수 있다.

진주시의 갑작스런 파격 행보에 사천시는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중형위성 조립공장 위치는 특정 지자체나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기본 입장만 밝히고 있다. 시는 공장 위치를 두고 이래저래 언급할 필요가 없다. 기업이 하고 싶은데로 맡기면 된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뭔가에 쫒기는 듯한 진주시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사천시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양 지자체간의 유치경쟁에 있어 핵심 키를 쥐고 있는 KAI의 입장은 어떨까. 진주시가 갑자기 들고 나온 2015년 협약서 및 약속이행 촉구 등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사천에 공장을 짓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없다. 다만 김조원 KAI 사장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지자체나 정치권에서 판단하는 것보다 KAI의 위성산업 기본방침과 철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가장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불 붙은 중형위성 조립공장 유치전에 기름을 붓지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형위성 조립공장 부지는 늦어도 상반기 중 선정될 것으로 보여 시간적 여유가 많지가 않다. 하지만 KAI는 부지선정과 착공 등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해야 하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모든 것이 결정됐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들을 고려해 미루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KAI가 안고 있는 부담감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형위성 조립공장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양 시는 김조원 사장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한자성어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으로, 양 시는 KAI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한때 KAI는 사천이 아닌 고성에 항공기 부품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이에 뿔난 시민이 극력히 반대했고, 시의회는 KAI에 지원할 모든 예산을 삭감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그 공장은 결국 고성으로 갔다.

이는 정치권이나 지자체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기본 방침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한 예로 볼 수가 있다. 차세대 중형위성사업은 KAI의 미래 핵심사업중 하나이다. 지자체간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더 이상 KAI를 흔들지 마라. KAI의 두 어깨에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문병기(사천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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