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신령’ 하만수 추모비 한달만에 사라져
‘지리산 산신령’ 하만수 추모비 한달만에 사라져
  • 최창민
  • 승인 2019.01.0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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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성급하게 설치 진행 시작…국립공원 "미관상 문제" 이전 해명
‘지리산 산신령’으로 통하는 우천 허만수(宇天 許萬壽)선생의 추모비가 새 단장한지 한달도 안돼 옮겨져 국립공원의 미숙한 행정을 드러냈다.

7일 지역 산악인들에 따르면 지리산국립공원은 지난해 12월 7일 산청군 시천면 소재, 지리산 국립공원 중산리 탐방안내소 앞에 우천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를 비롯해, 2000년 히말라야에서 조난사 한 이수호, 2002년 사망한 산악인 정판기 씨의 추모비를 세웠다.

하지만 지리산국립공원측이 스스로 세운 추모비를 탐방객들의 미관에 좋지 않다는 등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20여일 만에 장소를 또다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안내소 앞 추모비가 있던 자리는 조경용 소나무 두그루가 대신하고 있다.

국립공원 측이 추모비를 새로 세울 때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쳐야 함에도 성급하게 결정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문제가 생겼으면 왜 옮겼는지, 어디로 옮겼는지 충분한 시민홍보도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산악인은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급하게 비를 세웠다가 불과 한달도 안돼서 설득력 없는 해명을 하며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손바닥 뒤집듯 하는 국립공원 행정에 실망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지리산 국립공원측은 법계교 주변의 원래 있던 곳 맞은편에 다시 세웠고 유족과도 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지리산국립공원관계자는 “당초 지리산에 열정을 다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좀 더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추모비를 세웠지만 탐방안내소 앞에 비가 있는 것이 미관상 좋지 않은데다 탐방객들에게도 자연친화적이지 않아 법계교 주변으로 옮겨 새 단장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족과도 협의를 거쳐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지리산국립공원측은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는 원래 있던 법계교 주변 공터로 옮겼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수호·정판기 씨의 비는 함께 따로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허만수 선생은 1916년 진주시 옥봉동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고교시절 산을 알았고 경도전문대 철학과를 다녔다.

귀국한 그는 가정을 이루기도 했으나 지리산으로 들어가 세석에서 움막생활을 하면서 오직 지리산 산악인으로서 일생을 걸었다. 지리산 산신령으로 통하며 지리산의 초기 등산로 지도제작에 열정을 다했다. 당시 그는 등산로개설과 함께 조난자구조 등 산악인의 의무를 다한 뒤 1976년 6월 어느 날 지리산에서 종적을 감췄다. 고 이수호 씨와 정판기 씨도 경남산악인으로서 명성을 높인 인물이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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