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백의종군
  • 경남일보
  • 승인 2019.0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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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객원논설위원)
정치인이 애용하는 ‘백의종군’의 의미가 훼손되고 그 순정성이 말살되어 여간 안타깝지 않다. 군의 작전권과 장병을 지휘하는 군령(軍令)을 빼앗기고 병졸로 강등되어 칼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온갖의 수모가 수반되는 그 징벌은 사형에 버금가는 ‘죄 물음’이다. 문신은 유배로, 무신에게는 그것으로 극형(極刑)을 감수케 했다.

▶임진란의 참혹한 전쟁에서 이순신장군은 임금으로부터 백의종군을 명받고 “빨리 전사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애절한 심경을 난중일기에 옮기며 장렬히 그 소임을 극복했다. 상명하복에 목숨을 내놓는 군장(軍場)에서의 상실감은 흔히 상상할 예사로운게 아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살신을 솔선하며 빛나는 전승으로 그 위업은 찬란한 경지에 이르러, 민족사에 우뚝 선 성웅으로 추앙되었다.

▶위장된 겸손 모드로 불리해진 정치적 위상을 교묘한 언변과 함께 탈출하려는 행위와 결코 연관 지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잘못에 대한 처벌로, 스스로 언급하여 그것을 선택하여 선언하는 것은 실로 ‘넌센스’다

▶어제, 오늘 정치인에 의한 셀프 백의종군 선언이 지천이다. 사태의 본말을 전도시키는 행위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 장렬한 징벌 수행의 의기와 다른 굴절된 ‘셀프’ 정치인의 교활함과 기망(欺罔)이 현실정치를 더 혼탁하게 만든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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