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수첩] 딸기
[별별수첩] 딸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01.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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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딸기에 대한 두 가지 기억이 있다. 하나는 시골집 온실에 몇포기 자라던 딸기다. 하얀 딸기꽃은 정말 예쁘게 생겼다. 꽃이 지고 달린 하얀 열매가 점점 커지며 붉게 익어가는 과정을 며칠 지켜보다가 가느다란 줄기에 힘겹게 매달린 딸기를 톡 따 먹었던 기억이다. 온실이라고는 해도 집 뒤에 붙은 작은 창고같은 것이었고 노지나 다름 없었다. 지금처럼 고설재배도 아니고 맨바닥 땅에 자라던 딸기였다.

또 하나는 영화 ‘테스’다. 나타샤 킨스키가 연기한 순박한 시골처녀에게 금수저 귀족이 유혹의 딸기를 내미는 장면은 영화 내용을 몽땅 까먹은 지금에도 기억이 난다. 탐스럽게 매달린 딸기를 건네자 수줍게 받아 먹었던 테스의 장면은 뇌속에 캡쳐 된 것처럼 지금도 남아 있다.

아무튼 딸기는 꽃피던 봄에 익어가던 과일이었다. 영화 속 그 풍경은 연두빛 가득한 배경 속에 빨간 딸기가 유난히 돋보였었다. 그랬던 딸기가 지금 제철이다. 연말이면 당연한 듯 제철과일로 딸기가 등장한다. 엄지손가락 만하던 딸기는 재배육종을 거치면서 눈에 띄게 커졌다. 과육도 단단해지고 모양도 원뿔모양이나 마름모꼴로 정형화돼 한 팩 속의 딸기들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딸기는 많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다. 비싸기도 비싸고, 오래 둘 수도 없는 과일이다. 딸기를 비닐봉지에 사오던 시절도 있었는데 빨간 플라스틱 대야를 아래 위로 붙인 포장용기가 자리잡는가 하더니 이제 잘생긴 딸기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가 대세다. 한술 더 떠서 플라스틱 상자에 든 딸기를 또 종이박스에 한번 더 넣어서도 판다. 절정은 한알딸기다. 말 그대로 한알씩 포장되어 있다. 그 딸기 한 알이 아기 주먹크기는 된다. 이래서는 테스의 그 장면은 다시 볼 수 없겠다. 똑같은 것 같지만 이렇게나 달라진 딸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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