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나는 태어난 지 채 백일도 못 돼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품에서 자랐습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시던 어머니셨지만 “사람은 어떤 경우이든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서 참고 견디어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초등학교시절엔 도시락을 준비할 형편이 못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입학금인 쌀 너 말 값을 빌릴 수 없어 진학을 포기하고 남의 집에 꼴머슴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엔 공납금을 제 때 납부하지 못해 시험 도중에 쫓겨나는 서러움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엔 학교에서 예기치 못한 강한 체벌을 받았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나는 “퇴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학교강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해 합천군 내에서만 근무했습니다. 교감승진후보자 선정이 시험제도로 바뀌어 교감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교장승진은 험하고도 멀어서 교감근무 13년 6개월 만에 정년 4년을 남겨놓고 어렵사리 승진했습니다. 교장임기 4년을 마치고 정년퇴임한지가 벌써 19년이 지나갑니다.
팔순을 넘기고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떤 경우든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서 참고 견디어라”하신 어머니 말씀이 가슴깊이 다가옵니다.
내 인생의 명언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머지않아 얼굴모습조차도 알 수 없는 아버지와 길러주신 어머니를 천국에서 꼭 뵈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고 보람 있게 살아갑니다.
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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