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수첩] 토끼모자
[별별수첩] 토끼모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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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통령과 장군과 장군의 딸이 찍은 ‘짤방’ 하나가 인터넷을 달궜다. 지난 8일 지상작전사령부 창설부대기 전달과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찍힌 사진이다. 노경희 3사단 부사단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준장 진급 삼정검을 수여받는 자리에 동석한 이는 10살 되는 노 준장의 딸 김시현양이었다. 이 근엄한 자리에 시현양은 요즘말로 ‘핵인싸템’(인사이더 insider 들이 애용하는 물품 item 중에 으뜸)인 ‘귀가 움직이는 토끼모자’를 쓰고 나왔다. 시현양은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선물을 받는 동안 귀를 쫑긋쫑긋 세우며 감사인사를 표시해 행사장에 ‘아빠미소’가 만발하게 만들었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모자는 지난해 3월 경기도 평택의 키덜트 매장 ‘월리샵’에서 처음 등장했다. 털북숭이 토끼모자는 긴 귀와 손잡이로 되어 있다. 손잡이에 있는 공기펌프를 작동시키면 귀가 위로 쫑긋 솟는 구조다.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이 토끼모자 사진을 올리면서 순식간에 ‘핵인싸템’으로 등극했다. 걸그룹 등의 귀여운 이미지로 주목받게 되자. 각종 인터뷰에서 이 모자 인증샷을 찍어줄 것을 요구하는 장면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토끼모자 강호동, 토끼모자 하정우, 토끼모자 마동석의 짤방이 토끼모자의 연관검색으로 따라나온다.

5000원에서 1만원까지 다양한 모사품이 등장했다. 정작 처음 만든 사람은 복제품 열풍에 큰 이문은 못 남겼단다.청와대 영빈관까지 등장한 토끼모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자유롭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으로 불릴법한 삼정검 수여식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토끼귀의 향연이라니. 발랄한 아이템을 쓰겠다는 시현양의 포부도 당당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모자를 쓴 딸과 함께 대통령 앞에 선 장군의 판단도 자유롭다. 호국, 통일, 번영의 칼을 든 여장군과 대통령의 선물에 쫑긋 솟는 토끼귀로 감사 표시를 하는 명랑한 딸. 이 가족이 왠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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