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도이체 그라모폰(DG)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도이체 그라모폰(DG)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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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모폰



에밀 베를리너(Emil Berliner)가 횡진동 방식으로 재생되는 그라모폰이라는 이름의 축음기 제조사를 만든 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과 독일에 지사를 만들었다. 독일 지사는 1898년에 에밀 베를리너의 조카가 하노버로 건너가서 유한회사인 도이체 그라모폰 게젤샤프트(DGG)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는데, 명칭대로 이 지사가 현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DG)의 직계 모체가 된 것이다. 지금은 노란 바탕의 레이블에 튤립 마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레코드에 녹음된 주인의 목소리를 축음기 앞에서 듣고 있는 니퍼(nipper)라는 개의 그림을 쓰고 있었다. 프란시스 발로라는 화가가 그렸던 이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사들였고 훗날 베를리너 그라모폰 전체 계열사의 상표로 등록하였다.

제1차 세계 대전 전까지는 HMV(His Master‘s Voice)와 제휴를 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이 항복을 하면서 DGG의 상표권을 잃게 되어 ‘His Master’s Voice’라는 상표를 HMV와 컬럼비아가 합병한 EMI에게 매각되어 넘겨지고, DGG는 지멘스에 인수된다. 현재의 튤립 문양의 상표는 이 때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튤립마크 시기부터 한 유대인 여성이 이 음반사를 먹여 살려서 당시 EMI가 음반사들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한 유대인 여성의 재정 후원에 힘입어 1950년대 후에서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의 명연주곡들은 거의 다 DG에서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나중에는 필립스 클래식과 합병을 하는데, 이때의 명칭이 폴리그램(PolyGram)이었다. 1962년 지멘스의 음악 부문과 필립스의 음악 부문이 합병되어 그라모폰-필립스 그룹(Grammophon-Philips Group)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한동안 패전국으로서 독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의 영향을 겪으면서, DG는 베를린 필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전속계약을 맺은 대가로 DG는 베를린 필에게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40% 정도 높은 개런티를 지불했다. DG와 베를린 필의 전속계약은 80년대 중반 베를린 필과 카라얀이 자비네 마이어 사건으로 갈등을 일으킬 때, 베를린 필 단원 측의 요구로 파기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 때 베를린 필 측이 전속계약을 파기한 것은 카라얀이 아닌 다른 음반사 소속의 지휘자들과도 적극적으로 녹음을 추진하려는 계획 때문이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DG는 클래식 음반사 중에 후발 주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당시 DG의 녹음 기술은 EMI보다는 확실히 좋았고, DECCA나 RCA에는 미치지는 못했다. 음반사의 인지도는 독일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1955년에 DG의 향후 운명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폰 카라얀이 푸르트벵글러의 후임으로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에 취임한 것이었다. DG는 EMI에 소속되어 있던 카라얀을 데려오기 위해 회사의 명운을 건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58년 결국 카라얀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1963년에 완성된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전무후무한 대성공을 거두었고 DG에 일대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60년대에 들어서 DG는 소속 지휘자들을 중심으로 교향곡과 관현악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축하였다. 특히 유명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 녹음을 추진했다. 1960년대에 주요 교향곡 전곡 중심의 레퍼토리를 구축하면서 세계적인 레이블로 도약한 DG는 70년대에는 클래식계 최고의 레이블로써의 위상을 확립하였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이 레이블의 딱지를 단 음반들을 내놓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백건우, 서혜경,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여미혜, 콘트라베이시스트 성민제, 소프라노 조수미 등이 있지만, 이들의 음반은 정명훈의 것을 제외하면 한국 한정으로만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2016년 초에는 2015년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과 매년 한 장씩 5년간의 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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