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서 가득한 삶
비워서 가득한 삶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4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봉명다원원장)
김선미
김선미

겉이 화려한 나비 속도 애벌레가 숨겨져 있듯 아름다움과 흉함의 사이는 경계가 없다. 배움의 진정한 내면은 남을 짓밟고, 사람 위에 서는 것이 절대가치가 아니다.

나쁜 말은 빨리 퍼지고 좋은 말은 느리게 가는 법.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 인간관계를 갖춘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 소리에 귀를 닫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몸짓은 아니 하리라.

수행이란 무엇일까? 비우지 못하고 가지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석가모니, 예수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려고 스스로 고행을 택했을까?

강물은 사람이 밀지 않아도 혼자서도 고요히 낯선 나그네에게 도착해 마음을 비우게 하며 햇살이 내리쬐면 말없이 반짝이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많은 양을 담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강물의 흉내를 내듯 한발 한발을 들고 나가고 멈추고 누르는 반복의 긴 시간 속에서 몸에서는 기온이 차오르고 마음은 희열을 느낀다. 몸 구석구석을 가만히 집중하면 어느 한 곳에서는 몸과 대화를 나누고 지, 수, 화, 풍이 다녀간다.

햇볕 좋은 날 바람이 차가운 것도 뒤로한 채 바위에 앉아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람과 대화를 해보지만 고요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니 하늘에서는 태양이 아래에서는 땅 기운이 점점 가까워져 몸이 종이같이 되어 모든 걸 놓아 버린다.

가지려는 욕심 미움 원망 절망 바람과 함께 숨어버렸다. 빠른 걸음이나 느린 걸음도 매한가지 굽히고 숙이고 낮추고 흐트러진 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연속하다 보면 몸덩이는 한여름이 된다, 하늘과 통했을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여름날 250명의 단체가 마당에 들어섰다.

정돈된 발자국 목소리 몸짓에서 소리 하나 없이 그들은 질서 속의 질서를 보여줬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백옥 같고 옷은 백화점에서 파는 밍크 옷보다 윤기가 흐른다.

팽주가 되어 차를 따르고 비우는 차 자리에서 수없이 잔을 돌리다 보면 잔이 비워진 것도 잊은 채 어느새 내 안도 텅 비어 진다.

사람의 손바닥에는 금지와 중지 마디 사이에 오운 육기가 흐른다 하여 기운이 잘 도는 노궁혈 자리에 찻잔을 얹고, 입술을 한 모금 적시고 목에서 아래로 수행도 차 마시는 행위도 끊임없이 비우는 연습일 뿐 마시고 비우고 어느새 속이 뜨끈해지는 신호가 온다. 그러나 향긋한 차는 줄어들지만 내 마음은 오히려 커지는 것을 느낄수 있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이다.

김선미(봉명다원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