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인이야
우리는 세계인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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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진주수정초등학교 교사)
방학을 시작하자 마자 ‘후다닥’ 가방을 챙겨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대한민국, 그것도 진주에서만 성장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다. 뉴욕의 12살, 런던의 12살, 중국 상하이의 12살과 이웃이고 방콕의 12살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우리 동네에서 누가 얼마큼 성장하는가 키 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누가 얼마큼 성장했는가를 묻고 있다.

진해 장복산에는 하늘마루라는 유명한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 세워진 푯말에는 여기서부터 런던, 시드니, 뉴욕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써 놓았단다. 부산에서 북한의 신의주 청년 역까지는 816㎞이고 목포에서 신의주 청년 역까지는 615㎞, 프랑스 파리까지는 9307㎞라고 한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멋진 동료가 되어 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는 거리는 얼만큼일까? 그만큼의 거리를 열심히 달려가야 할 몫에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 걸려 있다는 자각을 방콕에서 만난다.

방콕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보이고 영어는 현지어처럼 자연스럽다. 방콕의 뒷골목에는 밤이 되면 거리식당이 펼쳐진다. 손이 빠른 요리사는 불린 쌀국수 위에 고기고명을 올리고 싱싱한 숙주나물과 고수를 올린 다음 육수를 가득히 담아준다. 12살의 방콕 어린이는 그릇에 밥을 담기도 하고 쌀국수(탓파이)를 손님상 앞으로 옮기기도 한다. 갖가지 양념이 담긴 통도 건네준다. 내일의 방콕을 책임질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집에서 방학 기간을 보낼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원 다니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다고 믿고 그냥 공부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12살 어린 발로 쪽배를 밀며 꽃을 팔고, 새로운 로봇을 조립하고, 여행지에서 부모님을 도와 영어로 길을 안내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12살이 된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세계화를 선물하고 싶다.

“넌 무엇이라도 될 수 있어. 새로운 세상과 만나서 친구와 직업을 만들 수도 있단다.”

“친구들이 어디서 널 기다리고 있는지 그 거리를 잘 지켜보렴.”

“네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과 넌 하나란다.”
 
신애리(진주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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