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 정신으로 동남권 지식생태계를 만들자
물금 정신으로 동남권 지식생태계를 만들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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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객원논설위원·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식기반사회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공통된 핵심은 미래사회를 이끄는 ‘지식’에 있다. ‘지식’이란 산업화가 진행되던 때 생산요소로 중요시 여겼던 토지, 자본, 노동에 경영과 기술 등의 요소를 한참 벗어난 특성을 갖는다. 수도권과 동떨어진 우리 동남권 지역은 미래자본인 그 ‘지식’을 활용한 첨단신기술 생산과 가공을 담당할 인력과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기술이전과 접목 및 사업화도 매우 취약하다. 전통제조업 위주여서 ‘지식원천’이 부족한 경남과 울산이나 부산 등의 산업경제 위축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지식’의 불씨마저 살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지식’의 생성과 활용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도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식’생산이 지극히 대도시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연구자원과 두뇌와 첨단기술인력이 도시와 연담하거나 중심부로 모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구글이 현재 미국 최대도시 뉴욕의 맨해튼에 2만여명 이상을 수용하는 캠퍼스(오피스)를 짓고 있고, 국내의 과학기술원들과 여러 대학에서 생산된 기술들이 서울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커오다가 공간 협소로 우면동과 양재를 거쳐 경기도 판교로 몰려들더니 이제는 서울 위성의 안양, 성남, 의정부, 시흥, 고양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판교는 관심을 집중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1300여개의 연구소기업에 7만여명이 운집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해 버렸다.

대도시 중심의 지식집적화는 서울이나 뉴욕뿐만이 아니다. 도심이거나 도시근교의 혁신지구이자 첨단연구단지인 스웨덴 시스타, 중국 중관춘,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핀란드 우울루, 영국 캠브리지 테크노폴 등이 다를 바 없다. 처음엔 도시근교였어도 지금은 그곳을 에워싼 채 중핵도시화 되었다. 여기서 ‘미래주도의 첨단 지식집약기능이 왜 도시 중심으로 형성될까’라는 단순한 의문을 갖게 된다. 슬로시티, 환경, 전원도시, 앤티에이징, 100세 시대를 외치면서 도시이탈과 자연을 강조하는데도 말이다.

간단하다. 미래를 이끄는 지식창출이 우연이 아니라 여러 첨단기술이 융복합한다는 점이고, 그들 첨단기술들을 습득하고 교감하고 자기화하기 쉬운 곳이 도시이다. 여기에 원활한 ICT기반과 공간적 접근성에 삶의 질을 가늠하는 문화, 교육, 주거여건과 우수하고 첨단신기술에 관한 생각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이 또한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식창출’ 생태계를 잘 갖추고 있다. 필자가 오래 전에 ‘지식’의 남방한계선을 판교로 예단했던 것은 아직 유효하다. 그렇게 지식이 집적화된 수도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동남권은 이러한 생태계를 갖추었거나 갖추려 노력은 하는가. 그렇지가 않다.

양산시에 물금(勿禁)이라는 곳이 있다. 과거 신라와 가야국에서 공동으로 정한 ‘금하는 것이 없는 지역’이라는 뜻을 가진, 음미할수록 좋은 지명이다. 낙동강 하류지역으로 지금의 대구, 경북과 울산과 부산, 경남 등 동남권내 사람과 물자의 교류와 교역을 막거나 세금 붙이지 않는 곳, 요즘 식으로 1500여년 전 규제프리의 자유무역지대인 셈이다.

물금의 뜻을 이어 울주에서 양산과 김해, 함안, 진주로 이어지는 이 권역에 지식집약벨트를 만들고 수도권 경기지역과 대응하는 첨단클러스터화해야 국토동남부도 미래를 꿈꿀 수가 있다. 협소한 울산, 부산과 창원 도심을 벗어나 인접 외곽에 국토남부의 거대 지식집약 연구거점을 만들어 나가고, 금함을 없게 하면서 남음은 세 시도가 배분 공유하면 좋겠다. 4차산업혁명기에 지식기반 없는 지역이나 국가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송부용(객원논설위원·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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