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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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노병주
노병주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마치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새로운 곳을 찾아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에 환호하고 그 곳에서 마주할 예기치 못한 경험에 감동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 행복해 한다. 얼마전 세식구가 함께 한 가족여행에서도 다음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그때도 나는 또다른 곳의 여행이란 단어에 반응하며 벌써부터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여행은 늘 나를 가슴뛰게 하고 긴장하게 만들며 나를 하늘높이 춤추게 한다.

어제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는 음악감독 박칼린씨의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예술감독 겸 뮤지컬 연출가이기도 한 그녀는 그녀만의 카리스마와 따뜻함과 열정으로 한 때 우리나라 전역에 합창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거제합창대회를 전국에 알리기도 한 주인공이다. 그런 그녀가 음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빈틈없는 준비로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닿는대로 발길이 가는대로 무작정 정처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기차를 타고가다 아무 역에나 내려 바다가 있으면 바다를 보고 ,강이 있으면 강을 보고, 산이 있으면 산을 보고 오르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그녀. 문득 나도 올해는 꼭 그렇게 자유로운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나면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고, 그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 오롯이 내 모든 일상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떠나보는 그런 용기있는 여행 말이다.

여행(旅行)이란 말을 찾아보니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 이라고 나와있다.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람을 목적으로 여러 낯선 곳을 두루 돌아다니는 일. 그래서 여행은 길을 나서는 순간 모든 이들에게 해방과 자유와 설렘으로 다가가는 것이고 여행이 갖는 그 의미 속에서 이미 사람들은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고 사진작가가 되고 감성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여행이라는 그 낯선 길 위에서 겸손과 배려와 감사를 깨닫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오지랖과 심미안 까지 갖추게 하니 그것이 비록 온전한 자유여행이 아닐지라도 여행은 행동에 옮기는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이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이다.

겨울햇살이 따사로운 아침, 몇해전 다녀온 스페인여행에 대한 추억으로 어느 작은 소품가게에서 사온 찻잔을 데우며 붉은 홍차를 우려내고 있다. 홍차 2그램이 주는 행복, 이것은 올해 나의 용기있는 결단에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노병주(초록우산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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