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 구영민 미래호 선장
[일상을 담다] 구영민 미래호 선장
  • 박도준
  • 승인 2019.01.15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득한 어둠 뚫고 기상…출항 준비
배부르면 잠이 와 먹는 것도 자제
포인트 유지위해 항상 엔진 켜 둬
늘 마다 살피며 긴장 늦추지 않아
고객 웃으며 떠날 때 가장 보람돼
‘정직’을 생활신조로 문어철엔 새벽 2시, 요즘은 보통 새벽 3시에 눈을 떠 일상을 시작하는 낚싯배 구영민 미래호 선장(나이). 배에 시동을 걸어 배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날씨와 물색 등을 살피며 일상은 시작된다. 배와 한 몸이라는 구 선정은 배의 눈과 머리이다. 배질을 하면서 한 시라도 눈을 땔 수 없기에 아침과 점심은 절식으로 해결한다. 오후 2시 안팎으로 주꾸미나 문어 사냥이 끝날 쯤이면 녹초가 된다. 그날의 조황을 사진으로 남기고 고객들을 배웅한다. 마지막으로 배를 청소하고 5시경 저녁을 먹고 저녁 7시에 잠든다. 지난 11일 3.3t 9인승 미래호를 타고 늑도, 초량도, 신수도를 두 바뀌 돈 주꾸미 낚시(40㎞ 안팎) 여정을 따라 ‘용왕님만이 그날의 조황을 알 수 있다’는 구 선장의 일상을 담았다.
구영민 미래호 선장


구 선장은 어김없이 오늘도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쭈꾸미를 많이 잡을 것인지’ 주꾸미 사냥꾼 구 선장의 머릿속은 그 생각뿐이다. 날씨, 파고, 바람, 물때를 생각하며 일심동체인 미래호로 가 시동을 걸어 엔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출항 준비를 끝내고 집으로 온다. 구 선장의 아침은 쌀로 끓인 밥죽이다. 간장과 김치류가 전부다. 아침을 먹고 탈이 나면 배의 운항키를 잠시 놓아야 하는데 이때 배가 순식간에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 끝나면 점심용 미숫가루를 들고 배로 향한다. 오늘은 아내가 동승하고 미래호의 열성팬인 서울 이 모씨(나이) 부부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겨울치고는 바람과 아침기온이 낚시하기 좋은 조건이다. 조황이 문제일 뿐….


아침 6시 20분. 사천 늑도항엔 어둠이 자욱하고 가로등만 새벽을 밝히고 있었다. 항구엔 유일하게 미래호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시동을 걸어놓고 조명등을 켜 출항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기자와 마지막 구 선장의 부인이 승선했다. 승선한 낚시꾼들은 손가락을 호호 불며 에깅과 봉돌을 낚싯줄에 달며 채비를 서두른다.

구 선장은 탑승자 5명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휴대전화, 긴급연락처를 적은 출항일지를 휴대폰으로 찍어 해경으로 보낸다. 그리고 출어 채비를 독려하고 구명조끼 등 낚시꾼들의 안전복장을 점검한다. 준비한 커피를 돌리며 탑승객들과 날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드디어 출항. 초보자가 없어 안전수칙과 낚시요령은 생략한다.

아침 7시, 늑도항을 뒤로 하고 어둠을 뚫고 어디론 가를 향해 미래호는 엔진소리를 더 높였다. 아마 구 선장만이 아는 포인트일 것으로 짐작된다. 첫 포인트에 도착하자 벨소리가 한 번 울렸다. 벨 소리가 한 번 울리면 낚싯줄을 내리고 두 번 울리면 낚싯줄을 걷어야 한다. 이 포인트에서 한 마리를 낚고 수분 간 소식이 없자 다른 포인트로 자리를 옮긴다. 두번째 포인트에서도 한 마리를 낚고 소식이 없자 또다른 포인트를 찾아 바람과 물살을 갈랐다.

겨울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바람과 파도가 심했다가 잠잠해지고 잠잠하다 일순 거칠어진다. 날씨가 추울 땐 낚싯줄에 묻어 올라온 바닷물이 낚싯대 끝에서 순식간에 얼기도 한다.

 

고패질을 하면서 사방을 감시하는 구영민 선장
고패질을 하면서 사방을 감시하는 구영민 선장


그의 배질은 특이하다. 언제나 시동을 켜 두고 서서 배질을 한다. 시동을 꺼두면 물길 따라 배가 흘러가기 때문에 포인트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왼손은 늘상 선실 밖에 있는조정타 위에 있다. 배가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엔진소리를 더 높인다. 또 기름값이 아깝더라도 돌발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늘 시동을 걸어놓는 것이다. 특히 삼천포 돌문어를 잡을 때 전진과 후진, 포인트 유지를 위해 엔진소리가 일정할 때가 없다. 안전지역에 들어서면 구 선장은 배질과 낚시를 동시에 한다. 손으로는 고패질을, 한 손은 조정타 위에, 눈은 사방을 감시하고, 머리로는 낚시꾼들의 조황을 체크한다.

쭈꾸미, 문어는 바다의 바닥에서 사는 어종이다. 조개, 게 등을 잡아 먹고사는 관계로 바닥을 쳐야 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고패질을 한다.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슬쩍슬쩍 고패질을 해 가짜 미끼인 에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유혹한다. 그리고 이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에기에 올라탔다는 느낌이 오면 낚아채 잡는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앞 바다에서 바라본 사량도 일출
삼천포화력발전소 앞 바다에서 바라본 사량도 일출

삼천포창선대교의 경관등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몇번. 무대는 삼천포화력발전소 앞으로 바뀐다.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와 와룡산의 암벽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7시 30분 경 사량도의 지리망산에서 아침해가 돋았다. 오른쪽으로 농가도와 수우도, 모상개해수욕장이 있는 창선의 동쪽 끝이 보인다. 조개를 잡는 배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거창 출신인 구 선장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녔다. 개인사업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자, 하고 싶은 낚시나 하며 살자며 10여 년 전 가족과 가장 가까운 삼천포와 인연을 맺었다. 1.9t 어업으로 시작했으나 여의치 않아 낚시배로 바꿔 탔다. 정직을 생활신조로 여기는 그는 조황 결과를 가감없이 인터넷에 올린다. 그와 함께 배를 탄 사람들은 성실성을 알았는지 예약 고객들이 많다.

 

선상점심
선상점심


포인터를 신수도 앞바다로 옮겨 오전 10시 반경 점심을 먹었다. 오후 바람이 터질 것 같아서란다. 보통 문어나 주꾸미를 넣은 라면을 먹는데 이날은 오뎅라면을 먹었다. 별미였다. 선장은 먹지 않는다. 미숫가루로 간단하게 먹어야 잠이 안와 안전운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씨앗섬과 장구섬이 보이고 어선의 뒤를 갈매기들이 뒤따르고 있다. 삼천포 앞 바다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을 고르라고 했더니 다 좋다면서 배질하고 고패질 하느라 경치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단다.

평소 8명의 조황 마릿수까지 어떻게 기억하냐고 묻자 낚시꾼들이 낚아 올릴 때 몸짓을 하게 되는데 그 진동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배와 한 몸이 되고 배를 아끼면 누구나 육감적으로 안단다.

낚싯줄이 밑걸림에 걸려 기자가 용을 쓰고 있자 선장이 달려왔다. 그는 1㎜안팎의 낚싯줄을 장갑 낀 손바닥으로 감아 올렸다. 수십m 낚싯줄 끝에 달려 올라온 것은 문어단지였다. 얼마 후 선장부인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 기자가 도와주려 따라했더니 손바닥이 너무 아파 선장을 불렀다. 그는 잘 못하면 손이 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걷어 올린 것은 폐통발이었다. 자주 이런 일들이 생기자 선장부인은 “우리 남편 손바닥·허리가 성할 날이 없다”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날 이 배에서 건져 올린 폐통발, 문어단지, 장화 등을 모두 합친 무게는 주꾸미의 수백 배는 넘어 보인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몸이 아프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 이 길을 택한 게 후회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힘들 때도 많지만 미래호를 찾아 온 고객들이 조황에 만족해 웃으며 손을 흔들 때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수익을 묻자 일반인이 보면 많이 버는 것 같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황을 살펴보니 섬세한 감각을 가진 여성 두 분은 많이 잡았지만 기자와 선장은 얼마 잡지 못했다.

폐기물의 문어단지는 떼어 바다에 던지고(문어 주꾸미 보금자리로) 나머지는 포대에 담은 후 엔진에 깨어지는 하얀 파도와 잠방되는 섬들을 뒤로하고 늑도항으로 돌아왔다.

박도준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