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우스빌둥 P-TECH의 미래
한국의 아우스빌둥 P-TECH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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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요즘 지상파 프로그램도 쉽게 넘기 힘들다는 20%대 시청률을 넘보는 화제의 드라마가 케이블 채널에 있다. 바로 JTBC의 SKY 캐슬인데 대한민국 상위 0.1%에 해당하는 명문가를 배경으로 신분의 대물림을 위해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처절한 욕망을 그리고 있다. 자녀의 개별적인 성향이나 관심사는 무시한 채 부와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진로를 강제하다보니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드라마에서는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기나 적성을 살리고 직업이라는 사회진출의 최종목표를 조기에 설정하여 이루어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선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대다수의 특성화고 학생들은 입학할 때의 마음과는 달리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에 동조하여 졸업학년에 다다르면 이내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선택하게 되고, 특성화고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인문계고 학생에 비해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내신을 관리하는 발판쯤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이러한 모순점을 타개하기 위한 교육제도가 도입되었는데 2016년부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그것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특성화고를 설립한 취지에 맞게 국가직무능력(NCS) 체계에 맞춰 설계된 기업 현장중심의 교육을 통해 도제식으로 인재를 양성하여 진학이 아닌 취업으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과정의 도제교육만으로는 학력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2018년부터 고용노동부와 한국폴리텍대학이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시행하여 도제학교 졸업생을 해당 기업으로의 취업과 연계하여 취업과 동시에 학위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P-Tech(Pathways in Technical Education-Oriented Convergent High-Technology)은 미국의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과 약자는 같지만 개념은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P-Tech은 고교과정과 전문대과정을 6년으로 통합한 융합형 학위제로 글로벌 기업 IBM이 뉴욕시와 협력하여 IT를 기반으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도입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P-Tech은 전문대과정 2년에 해당하며 일학습병행제 형태로 운영된다.

P-Tech의 미래는 독일식 일학습병행제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우스빌둥이 이미 정착된 독일에서는 연간 50만개 수준의 학생근로자 자리가 제공되어, 작년 기준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6.2%로 한국의 9.5%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우스빌둥의 성공적인 정착은 학생근로자, 기업, 대학 3자간의 협업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P-Tech은 시행 초기이기는 하나 이 연결고리 중 기업 부분이 취약하다고 판단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것을 과외 비용으로 생각하고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P-Tech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홍보 및 지원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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