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기획은 ‘쇼’다
진정성 없는 기획은 ‘쇼’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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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정승재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자민련 정책국장 때의 기억이다.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니 벌써 20년 쯤 지났다. DJP 공동정부의 일원으로 국무총리를 이한동 총재에게 물리고, 자민련 명예총재로 복귀한 JP는 여러모로 곤경에 처했다. 당시 16대 총선서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참패를 당했고, 대북 ‘햇볕정책’에 몰두한 그때 DJ정권 축과 곳곳서 파열음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실무자로, 명예총재 이미지가 각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중에 JP의 출퇴근을 검은 세단 승용차에서 지하철로 바꾸자는 안이 있었다. 마침 당시 개통한 서울 지하철 6호선이 그의 자택 인근 청구역과 당사가 있던 광흥창역으로 몇 구간으로 연결되고 도보가 가능했다. 이동거리와 각 역의 계단 몇 개, 도보 몇 걸음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결론은 JP의 “그 딴 짓 하지마”라는 질책이었다. 

흔히 노사협상이 진행되면 양측 모두가 초긴장 상태서 추이를 관찰한다. 버스업계 파업 등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안이면 언론을 비롯한 각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정작 협상장에서는 긴장할 것도 없고, 간혹 여담이나 농담을 섞어가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그리고선 자정을 훨씬 넘기거나 새벽에 ‘장장 몇 시간의 피 말리는 협상 결과’라는 딱지로 노사대표가 카메라 앞에서 합의문을 발표한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두고, 마음을 조리게 만드는 수단으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실제인지, 과장 섞인 무용담인지 모호하지만 그런일들이 횡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좋게 얘기하면 불편한 시선을 몰아가는 기획이고, 궂은 기준으로 살피면 상대를 속이는 ‘쇼’다

특정한 목적을 두고, 진행과정을 설계하는 일이 기획이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조직도, 개인도 그 일을 도모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며, 결과의 효능성을 배가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자신이 만든 유무형적 자산이나, 소속한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취하는 일로 반드시 있어야 할 전략적 가치다. 정당도 종국적으로는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크고 작은 그것을 실행한다. 가히 필사적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나쁜 말로 폄하하면 보여주기, 한 뼘의 진정성도 없이 일종의 ‘쇼’로 읽혀지는 그것도 들이 댄다. 그러다가 정권을 잡으면 그럴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실재하는 국민이 실질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있었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들킨’ 기획 흔적이 몇 군데 살펴진다. 과거에 없었던 5곡의 대중가요로 배경음악이 분위기로 깔렸다. 엄정한 국가원수 회견에 치장을 발라 본말을 흐렸다는 부정적 시선이 있지만, 관습의 식상을 깨는 신선한 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각본 없는 회견’ 이라는 공식 안내도 있었던 만큼, 그 ‘자연스런’ 현장감 기대치는 부족했던 것 같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원고 판독기‘, 프롬프트 가동을 두고 나온 평가다. 질문자의 중복질문에 대한 요지를 정리한 것’ 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전의 질의 요지와 그 답변이 담긴 기획이라는 의심은 지워되지 않는다. 정권초기에 기획되었던 여러 그림들, 신선하게 다가왔던 각각의 화면이 허구로 다가온다. 엊그제 그 실무자로 일한 사람이 ‘밑천’이 떨어져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인기를 위해, 눈속임으로 이미지를 바꾸려는 이벤트성 기획 남발이 거슬린다. ‘쇼’하는 정치, 정치인이 너무 많다. 표리부동에 말과 속마음이 다른 모습들 말이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늘 이면, 뒷모습을 추적하는 습관을 가지게 한다. 정치에 ‘곧이 곧 대로’가 사라지고 진실과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속이기 위해 안 하던 짓말라’ 던 JP의 일갈이 아직도 가슴팎에 온전한 경외심으로 남아있다. ‘3김’ 중 집권하지 못한 그의 여러 요인 중의 하나라고 되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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