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아이도 위로받고 싶다
[교육칼럼]아이도 위로받고 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1.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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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아부지, 저 잘 살았지예? 그런데 참 힘들었심니더!”

천만 관객의 심금을 울린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영정 앞에서 한 말이다. 이 대사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가족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영화 속의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수고했다, 그 힘든 고비를 용케도 잘 이겨냈구나, 장하다!’ 등의 위로를 받고 싶은 것처럼 우리들 또한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필자의 손자가 쓴 편지에 “저를 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세상살이가 뭔지도 모를 일곱 살 아이도 위로를 받으면 좋아하는 것이다.

고희를 훌쩍 넘긴 어른도, 기저귀를 겨우 면한 아이도 위로받고 싶은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점가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은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위로 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남을 위로하는 일에 인색하거나 제대로 위로할 줄 모르는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을 위로하는 일에 더 그런 것 같다.

주 5일 수업제를 도입할 때의 일이다. 토요일을 쉰다고 하니 많은 학부모는 ‘아이들을 놀려도 되느냐?’ ‘내 아이는 누가 봐 줄 것이냐?’ 등의 걱정과 불만이 많았고 민원을 쏟아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학교는 ‘토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교육부는 그 운영 실태를 점검하였다. 교육부의 고위 관료가 방문한 어느 중학교에 필자도 배석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주 5일 수업제는 아이들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모처럼 늦잠도 자고, 친구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냅다 달려도 보고, 여행을 하거나 전시회 또는 공연을 관람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 학생 대표로 참석한 한 아이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필자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치 자기들의 마음을 알아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아이를 아이 입장에서 생각 좀 해보자. 어른 세대가 수고한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아쉬울 게 없을 것처럼 되었다고는 하나, 어른 세대의 성공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될 수도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볼 일 아닌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모, 배움의 한을 자식의 성공과 출세로 보상받으려는 과도한 욕심이 아이를 만능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한편 맞벌이 부모는 아이들만 집에 있게 할 수가 없어서 쇼핑하듯 학원을 보내기도 한다. 이래저래 고단한 것은 아이들이다. 또래끼리 어울릴 수 없고, 마음껏 쉴 수 없으니 시간만 나면 휴대폰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휴대폰을 빼앗으면 공황 상태가 되는 것이 오늘의 아이들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주중 한두 번 쯤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도 주어야 하고, 포근한 품으로 안아주면서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어야 한다. 인생이 장기전이듯 공부 또한 장기전에 강한 아이가 성공하며, 장기전은 적절한 휴식과 격려가 필요하다. 위로와 격려가 장기전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지치고 힘든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가물어 메마른 땅의 단비처럼 아이를 소생시킨다. “얘야, 수고했다. 힘들었지? 좀 쉬어라. 많이 향상되었구나! 자랑스럽단다. 아빠(선생님)도 네 나이 때는 그런 일 때문에 쩔쩔 맸단다. 너무 실망하지 마! 등등.”

가정과 학교는 아이를 위로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아이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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