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탕
거지탕
  • 경남일보
  • 승인 2019.01.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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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객원논설위원)
추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때 진주에는 거지가 득실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해방 후 몰려든 귀환동포와 전쟁고아까지 생겨났고 그래서 넝마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잔칫집은 이들을 다스리느라 별도의 관리인을 둘 정도였다.

▶그 시절, 이맘때면 남강의 모래밭에는 아침이면 까마귀떼가 새카맣게 내려앉아 귀가 아리도록 울어댔다. 까마귀떼와 거지떼가 비견돼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거지들이 동냥으로 얻어온 음식을 한데모아 끓여먹던 것이 거지탕이다. 일반 여염집에서 먹던 잡탕을 거지탕이라 일컫는 것은 그 섞음에 유래한 것 같다.

▶우리고장의 전통음식중 지금도 명맥을 이어오는 것이 헛 제삿밥과 거지탕이다. 헛 제삿밥은 제사음식이 먹고싶을 때 만들어 먹던 오랜 관습이고 거지탕은 명절 끝, 남은 음식을 한 곳에 모아 국물 요리로 끓여먹는 음식이다. 각종 전과 생선, 나물류까지 합쳐진 거지탕은 이 지방 사람이면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다.

▶진주 옥봉동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이 첫 사업으로 로컬푸드인 거지탕을 첫 메뉴로 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먹다 남은 음식이 아니라 거지탕에 들어가는 음식을 따로 조리해 합친 것이어서 위생적으로도 완벽한 음식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지탕이 대박났으면 좋겠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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