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
다름과 틀림
  • 정희성
  • 승인 2019.01.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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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공원석
공원석

나는 막내이므로 가정 일을 늘 정리정돈하시는 어머니 삶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랐습니다. 그로 인하여 내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이런 습관은 군대생활에서도 이어져 신병 때는 펌푸식 군대 화장실 청소를 자원하기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날엔 대변덩어리가 백두산을 만들어 망치로 넘어뜨리는데 꽤나 힘들었습니다. 얼어붙은 대변덩어리를 무너뜨리다보면 어떨 때는 대변의 파편조각들이 목덜미 사이나 심지어는 입속에까지 날아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손자의 방을 들여다보니 옷이랑 책들이 방바닥 여기저기에 늘려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자에게 “방을 좀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고 말했더니“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할 것이라는 내 기대와는 달리 “저는 이렇게 두니까 찾기도 쉽고 편해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편할지는 모르지만 보기가 싫잖아!” 하고 목소리를 약간 높였더니 “할아버지! 여기는 제 공간입니다. 제 마음대로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손자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늘려있는 지저분한 모습을 못 보았을 텐데?

나는 우리 어머니의 삶에서 보고 배운 대로 여든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사용하는 방은 내 스스로 정리정돈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이 보장되는 지금의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온 손자의 생각은 나와는 다름이 너무나 당연함을 여태껏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음이 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같은 일이 어찌 우리 집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습니까?

사회의 각계각층사이에 요즘처럼 생각과 표현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시대도 없었으리라고 봅니다. 자기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은 틀렸다는 ‘틀’에 갇혀서는 창의성이 무한히 요구되는 4차 산업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한다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이유 없이 비난하는 잘못에서는 벗어나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수 있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져 여유와 배려가 존재하는 참된 선진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공원석(전 합천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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