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또 같은 단체장
사또 같은 단체장
  • 경남일보
  • 승인 2019.01.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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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오늘날 시장·군수인 고을 수령을 조선시대에 사또라 했다. 사또는 임금의 명을 받아 지방에 파견된 고을의 최고 권력자며 책임자다. 고을을 다스리는 행정은 물론 노동력 징발, 조세 부과, 분쟁 발생 때 개략적인 재판도 하고 결과에 따라 구금과 처벌까지 집행했다. 사또는 입법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권한과 책임 행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고을 수령은 전제군주인 임금을 대신하여 관할 구역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선출된 현재의 단체장은 사또가 아니며 일반 공직자도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뽑은 주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확고한 공직관과 청렴함은 단체장이 지녀야 할 기본 덕목중 하나다. 무한대의 도덕성과 겸손이 요구된다. 현재 도지사·시장·군수 등 단체장은 그 옛날의 전제적인 사또가 아니며 그리 되어서도 안된다. 흔히들 단체장을 사또 같은 ‘소통령’이라는 말도 한다. 지역에서 누리는 권한행사를 보면 ‘소황제’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는 말도 한다.

선거로 기초·광역단체장을 뽑는 실질적인 민선 자치제를 실시한 지가 23년을 지나고 있다. 물론 1950~60년대 과도기의 그 시절의 지방자치는 역사에서 제외하여도 될 듯하다.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다.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민주화가 되고 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민의 자주권이 제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과연 주민들이 권리를 제대로 합법적으로 찾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도지사·시장·군수는 관사·관용차·운전기사·비서 등이 제공된다. 연봉 7000만~8000만원 이상에, 업무추진비가 1년에 몇 억원 정도 된다. 단체장 파워는 예산권, 인사권, 각종 인·허가권에서 나온다. 인사권으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장악력을 갖고 있다. 공사 등에 있어서 단체장의 권한은 가히 ‘무소불위’다. 인구 5만명 정도의 군도 공무원 500~600여명에 5000억~6000억원을, 50만~100만정도면 공무원 1500~3000여명에 조원단위 예산을 집행한다. 국회와 정부부처에서 예산이 지자체에 배정되면 집행권은 단체장이 갖는다. 마음만 먹으면 매관매직도 가능하고, 일부 단체장은 승진 상납금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을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조사에서 기초단체장이 가진 각종 인·허가권 권한은 3888개로, 광역단체장 권한 3727개보다 161개가 더 많다. 주정차 단속, 보육시설 설치, 노래방·오락실 인·허가, 도로정비 등 주민생활 밀착형 행정부터 지역 인·허가까지 단체장 손아귀에 있다. ‘지역 영주·중통령·소통령’으로 불리며 장관 자리보다 낫다는 말도 듣는다. 단체장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음 선거이기때문에 공천만 보장받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 지역 국회의원에게 ‘정성’을 기울인다. 단체장직이 상실되는 유죄만 아니면 4년 임기를 보장받기 때문에 청탁과 로비가 집중된다.

권력의 향연과 정치력을 앞세운 자격미달의 일부 단체장들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지방의회의 무능과 헛된 공약에 몰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의 향유에 빠진 일부 단체장을 견제할 주민소환제 보완 등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민선자치제도는 이미 상당히 변질됐다. 단체장들의 비대해진 권력이 적절히 제어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의회, 감사원 등으론 견제장치가 부족하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자치제의 순기능을 무력하게 하는 폐해를 들여다보면 섬뜩하기만 하다. 의식 있는 주민들은 ‘천하무적’이 된 단체장들이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의회, 시민단체, 언론까지 장악한 마당에 뭐가 두렵겠냐는 것이다. 민선7기 자치제의 현실을 바라보면 참담한 기분이다. 주민을 위한 자치가 아니라 단체장을 위한 자치제의 폐해를 고쳐나갈 개혁이 시급하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당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혁신에 누구든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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