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의원님, 부끄럽지 않습니까
여상규 의원님, 부끄럽지 않습니까
  • 문병기
  • 승인 2019.01.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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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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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지난 몇 년간 지역구 활동도 뜸했던 분이 갑자기 얼굴 내밀기에 혈안이 됐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 데, 자신의 치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세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선거때는 표를 구걸하다시피하고, 당선된 뒤엔 나몰라라 했다. ‘우리 지역에 국회의원이 있기는 하나’라는 볼멘 소리들도 애써 무시하며 지냈다. 그런 그가 지역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한 것처럼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지역민들의 눈 빛이 고울리 없다.

그런데 최근 사천지역 곳곳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보름이 지나면 철거를 해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 지 상당 기간 버젓히 붙어 있었다. 그기에는 ‘항공산업대교 국비 확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자세히 보면 당 소속 시의원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들이 같은당 여상규 의원의 국비 확보를 홍보하기 위해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항공산업대교 건설은 사천시의 숙원사업이다. 송도근 사천시장의 핵심공약 일뿐 아니라, 임기내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사업이다.

이런 핵심사업을 위해 국회의원이 나서 국비를 확보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항공산업대교 건설에는 5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사천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지역 국회의원의 힘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그런데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여 의원은 작년 11월, 국토부와 국회 국토위예산소위 위원들을 설득해 항공산업대교 실시설계비 30억 원을 확보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당초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해 사업착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국토부를 설득해 사업 착수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실시설계비 30억 원은 물거품이 되고 타당성 용역비 3억 원 확보에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도 여 의원은 한 마디의 해명도 없다. 오히려 국토교통부 등과 치열한 공방 끝에 3억 원을 반영했고, 국가사업의 적법성 확보와 계속 추진이란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포장에 여념이 없다. 문제의 플래카드는 그 직후 나붙었다. 그래도 부끄러웠는 지 ‘팩트’인 3억 원은 쏙 뺀 채, 그냥 국비만 확보했다고 했다. 마치 수 백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는 누가 봐도 지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지난 3년간 지역을 위해 얼마나 한 일이 없으면, 껌 값(?)도 안되는 돈으로 그렇게 생색을 낸단 말인가.

여 의원은 불의의 사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는 될 수가 없다. 국회의원은 막대한 세비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권을 누린다. 그런데도 주어진 의무와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3선을 시켜주면 힘 있는 법제사법위원장이 돼 지역발전에 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지역민들은 그에게 당선이란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고작 3억 원으로 자신의 치적이라 포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이젠 4선 의원을 만들어주면, 국회 부의장이 되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며 내년 선거를 준비한다고 한다. 바닥 민심따윈 관심없고, 오직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양치기 소년과 늑대’란 이솝우화가 있다. 거짓말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면 진실마저 거짓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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