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달콤한 초콜릿의 씁쓸한 뒷맛
[여성칼럼]달콤한 초콜릿의 씁쓸한 뒷맛
  • 경남일보
  • 승인 2019.01.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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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정(경상남도 기후변화교육센터 강사)
오해정
오해정

달콤한 초콜릿이 지구를 곤경에 빠뜨린다면 당신은 지금처럼 언제든 초콜릿을 사먹을 수 있을까? 우리가 주고받는 달콤한 초콜릿, 그 원료인 카카오가 어떤 단계를 거쳐 우리 입에서 녹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는 연인 혹은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나무의 갈색 열매 속에 들어있는 카카오 콩이다.

이 콩을 볶은 후 겉껍질을 깨끗이 제거하고 곱게 빻아 열을 가하면 카카오버터가 녹으면서 걸쭉한 반죽처럼 변한다. 이 반죽을 카카오매스 또는 초콜릿 원액이라고 부른다.

카카오는 17세기 유럽으로 확대 되었는데.. 이 카카오의 인기 덕에 스페인은 어마어마하게 돈을 모았다고 한다. 그들은 카카오 콩과 함께 흑인 노예들을 서 아프리카로 보내 카카오 열매를 재배하도록 시켰다.

덕분에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장에서는 전 세계 카카오의 70%가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생산량 1, 2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초콜릿 때문에 서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카카오가 돈이 되다보니 농장의 주인들은 카카오 열매를 보다 많이 수확하기 위해 열대우림의 나무들을 불법으로 베어내고 그 자리에 카카오 농장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초콜릿 무역상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의 카카오 열매를 구입하기 위해 열대우림에서 불법적으로 재배된 열매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환경단체 ‘마이티어스’(Mighty Earth)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대로 불법 재배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열대우림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 생산 농민들은 너무 가난해서 초콜릿을 먹어 본적도 없다고 한다.

열대우림은 지구 적도 일대를 차지하는 울창한 숲과 늪지대로, 일년 내내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기 때문에 나무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열대우림에서 살고 있는 나무들은 매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대신 맑은 산소를 내뱉고 있는데 그 양이 무려 지구 산소의 30%이상에 해당된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열대우림을 사라지게 만드는 초콜릿, 입속 몇 분의 달콤함을 위해 동·식물과 타인의 고통을 같이 갉아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초콜릿의 달콤함만을 기억했다면, 이제부터는 씁쓸한 뒷맛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회복되는데 몇 세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복되기 전에 모두 파괴된다면 어떠한 노력도 무용지물이 된다. 지구의 한 터전이 없어진다면, 당연히 인류가 살아갈 공간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다가오는 2월 14일, 지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사람에게 씁쓸한 초콜릿 대신 작은 나무 한그루를 선물하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오해정(경상남도 기후변화교육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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