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부를까?
뭐라고 부를까?
  • 경남일보
  • 승인 2019.01.3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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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제(국민연금관리공단 민간노후준비전문강사)
박근제
박근제

“국장님 안녕하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반갑게 전화를 하면서 한 인사다. ‘국장님’이란 호칭에 반갑기도 하면서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 자리서 물러 난지도 벌써 3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마 그 후배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한 번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현직에서 물러난 정치인, 공직자들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화려했던 시절의 직함을 부르고 있다. ‘장관님’, ‘의원님’, 등으로 부른다. 글로 표기할 때는 ‘전(前)’자를 붙여 ‘전 교육장○○’, ‘전 ○○장관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호칭은 뭔가 좀 어색하고 이상하다. 현직에 있을 때 퇴직하신 선배님들을 만나면 함께 근무할 때의 직함인 ‘○○교육장님’, ‘○○교장선생님’으로 부르다가, 그 분들께 ‘호’를 지어 호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더니 동의하시고는 선배님들께서 호를 지어 보내주셨던 일이 있었다. 지금은 만나면 그 호를 불러드리고 있다. 옥천선생님, 후창선생님…, 뒷얘기를 들어보니 고향마을 지명에서 따오거나, 그 분의 성품을 보고, 본인의 의지 표현 등의 방법으로 호를 지으셨다고 한다.

과거의 직함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문화는 대개 가장 화려했던 현직시절의 직함이라 듣는 분이 좋아하실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런 문화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이런 문화가 만들어지고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나 심리현상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우리가 존경했던 조선시대의 인물 중에 이황, 조식, 선생님들을 지금도 우리는 ‘퇴계선생님’ ‘남명선생님’ 으로 부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조상은 참 지혜로웠던 같다. ‘호(號)’, ‘자(字)’ 등을 지어 이름 대신에 부르거나 ‘대감(조선 정2품 이상 관직을 가진 현·산직자 존칭)’으로 불렀던 문화가 만들어진 까닭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혼자만의 느낌과 생각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족보를 들여다봤더니 이름 아래에 ‘字(자) 敏昊(민호)’가 보였다. 족보를 만들 때 부모님께서 ‘자’를 만들어 주신 것 같다. 자를 지어 놓으신 뜻도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느 날 퇴직한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거의 직함을 부르는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하였더니 공감하면서, 각자 ‘호’를 지어서 앞으로 만나면 서로 호를 부르기로 하자는 반응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에 관계없이 과거 화려했던 시절의 직함을 퇴직 후에도 호칭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한 번은 꼭 짚어 보고 싶었다.

 


박근제(국민연금관리공단 민간노후준비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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