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이상 기온과 제트기류
[과학칼럼]이상 기온과 제트기류
  • 경남일보
  • 승인 2019.01.3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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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전 김해교육장)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에서는 비행기가 성층권 가까이까지 올라가서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비행시간과 연료 소모를 줄인다. 더불어 비행기는 제트기류 안에서 더 빠르게 날을 수 있어 시간과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한국에서 토론토로 갈 때는 제트기류를 이용하여 13시간 걸리는 비행시간이 토론토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제트기류를 거슬러 오기 때문에 14시간 걸려 1시간 이상 더 걸리게 된다.

제트기류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폭이 좁고 파도처럼 구불거리며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제트기류라면 북위 30~50도 지역의 고도 9~12㎞를 지나가는 대기로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에서 부는 강한 바람대인 상층 제트기류를 말한다. 하지만 1~3㎞ 높이에서 부는 남서풍으로 기압골 차이로 편서풍이 부는 저위도와 중위도 지방에 걸쳐 나타나는 하층 제트기류도 있다.

제트기류는 온도가 확연히 다른 두 대기 덩어리 경계 근처에서 생겨나는 기류이므로 두 공기 덩어리의 온도차가 클수록 기압차도 커지기 때문에, 북극의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강력한 제트기류가 형성된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주변을 돌면서 한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에 머물던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온다. 최근 북극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북극의 찬 공기가 북극 지방에서 풀려나와 아래로 내려와 추위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겨울철 한파와 폭설을 포함한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제트기류 약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반도의 겨울 한파의 원인으로 북반구에 존재하는 추운공기의 소용돌이인 ‘한랭와’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하여 강약을 되풀이 하는 현상인 ‘북극진동’이 지목됐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북극진동’의 원인은 북극의 급격한 온도 상승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바다가 태양을 흡수하여 고온 현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또한 북극 지방의 온도 상승이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지구 평균기온은 19세기 말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 정도 올랐지만 북극은 최근 20년 동안 4℃~5℃ 올랐다고 한다. 특히 2018년 2월 북극의 온도는 평년보다 무려 30도 이상 높았고 이상고온 현상은 61시간 동안 지속됐다.

1월 초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하바롭스크로 갔다가 이르쿠츠크를 다녀왔다. 극지의 겨울의 한 낮이 되어도 해가 지평선 위로 살짝 올라간 채 걸려 있으니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생각한 시베리아 보다는 훨씬 따뜻하여 준비하여 간 두꺼운 옷들을 입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극동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톡 내항의 바닷물은 꽁꽁 얼었지만, 흐르는 강물은 얼지 않은 곳이 있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도 호수물이 완전히 얼지 않아 알혼 섬으로 가기 위해서 호버크래프트(공기부양선)를 이용하여야 했고, 심지어 바이칼 호수에서 북극으로 흘러 나가는 유일한 강인 안가라강은 얼지도 않고 물결을 일으키며 흐르고 있었다. 시베리아 현지에서도 기상 이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트기류가 북극의 한기를 막고 있기에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올 겨울에는 예년에 비해 미세먼지가 심각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겨울철 미세먼지 문제는 봄철에 나타나는 미세먼지보다 약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부터 봄철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 아니다. 겨울부터 봄까지는 계절풍 등의 영향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인 이르쿠츠크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하늘은 온통 누런 빛깔이었다. 겨울철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빈번해진 기상 이변과 미세먼지의 대책을 위하여 빠른 시일 내에 주변국간의 협의가 이루어져 종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성기홍(전 김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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