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농업·농촌은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경일칼럼]농업·농촌은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 문병기
  • 승인 2019.02.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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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행정학박사
하영제

 

농업과 농촌이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에 대하여 짚어보기 전에 우선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1998년 OECD 농업장관회의에서, 농업생산 자체의 본질적 기능인 식품과 식이섬유(食餌纖維)를 생산하는 역할에 부가하여, 하나 이상의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농업의 다원적 가치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다원적 가치 중에서 농업과 농촌이 갖는 공익적 기능에는 어떤 것이 포함되며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가? 현재까지 논의된 바를 종합하면 식량안보, 국토경관 및 환경보호,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전통문화 보전 및 전승, 그리고 지역사회 유지 기능 등이 공익적 기능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와 기능을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최근 2012년 양승룡 교수 (고려대)의 연구에 의하면, 농림어업 전체의 공익적 가치는 2009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총 165조 69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86조 2907억원이며, 임업 및 어업(갯벌)의 가치는 각각 75조 6913억원과 3조 713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민 휴양처 제공 및 경관가치로서 각각 1조 4188억원과 2조 2170억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 연구에서는 이러한 공익적 가치와는 별도로, 농생명 산업의 가치가 85조 8116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하였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우리나라 농림어업의 엄청난 가치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볼 때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업과 농촌에 대하여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가 충분히 짐작된다. 자국의 곡물 자급도가 이미 100%를 넘어섰는데도, 이러한 공익적 가치와 기능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1971년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몬 쿠즈네츠(Simon Kuznets) 교수의 주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는 “개발 도상국이 공업화를 통하여 중진국까지는 진입할 수 있어도,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한 사례가 없었다”고 역설하였다. 이 주장은 그가 세계의 많은 국가 경제성장의 실제 사례를 분석한 바탕 위에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과 정책 당국자들이 깊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도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일본과 더불어 거의 꼴찌를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외국산 곡물보다 비싸다고 하여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 자식들의 장래에 파멸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곡물을 외국에 돈을 주고 구걸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고 있는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들도 같이 잃어버리는 비참한 신세를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담보하는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우리 헌법에 반영하는 길이다. EU 국가들은 헌법적 효력을 갖는 EU 농업정책에 따라 대체로 2000년대에, 그리고 비 회원국인 스위스도 이미 자국의 헌법에 반영해 놓고 있다.

농민신문이 2017년 11월에 전국 만 19세 이상 60세 미만의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참조해 보자.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데 응답자의 74.5%가 찬성의사를 밝힌 반면, 반대한 사람은 불과 4.3%였다고 한다. 그리고 공익적 기능이 유지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비율이 89.3%에 달했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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