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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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박혜정


지난 2월 1일 안희정 선고 항소심 2심판결은 설명절을 앞에 두고 많은 화제가 되었다.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는 징역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인정한 것이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힘과 권위로 을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갑에게 알려주는 판결이었다.

미투운동으로 시작된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발언들은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판결로 인해 많은 이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피해자답지 않았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아니다’는 판결문은 성평등한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믿어온 시민들에게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축구도 할 수 없다. 균형있고 정상적인 운동장에서 하는 발야구, 고무줄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서로 공정한 룰이 적용된다는 전제조건 때문이다. 편평한 운동장 만들기는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 당연한 결과로 귀착되어야 한다.

안희정 전 지사의 2심 판결에서 다시 미투의 봄바람을 보았다. 또한 서지현검사의 미투사건이후 서검사의 성추행 사실 은폐하기 위해 그를 지역으로 인사발령을 내 불이익을 준 안근태 검사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이 되었다. 한 국가대표선수의 미투로 세상에 알려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의 상습적인 성폭행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피해자는 국가대표가 되고서야 어렵게 말문을 열었고 수사부는 ‘오늘은 기분이…’로 시작하는 피해자의 메모에 귀 기울여 주었다. 피해자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용기있게 말해 온 이들이 있기에 사회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피해자들에게 그 말하는 일은 어렵고 어려웠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에 대하여 큰 용기를 내지 않더라도, 당연하게 말 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찾아오는 봄처럼 왔으면 좋겠다. 피해자에게 돌을 던지는 사회가 아닌 가해자에게 죄를 묻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지난 1월 28일 고인이 되신 고 김복동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주관하는 수요시위에 참여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고 이 땅의 전쟁으로 인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바란다며 쉬지않고 외치셨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다니면서 증언하고 나비기금을 창설해 베트남 전쟁 중 우리군에게 피해 입은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비롯해 전세계 전시 하 성폭력 피해자들을 도왔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서 여성인권활동가가 되었다. 향년 93년세의 나이로 일본정부로부터 바라던 진심어린 사과는 받지 못한채 고인이 되셨지만 그가 바라던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 누구도 어떠한 이유로든 타인에게 힘과 권력으로, 폭력으로 억압받을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누구나 평화롭게 공정하게 행복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로 동등한 인격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이웃이길 희망한다.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려 돌아온다.” 2018년 01월 16일 성폭행 피해자가 법정에서 미 체조 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를 똑바로 보며 한 말이다. 저 멀리 타국에서 전해지는 이 말의 울림이 전혀 낯설지 않고 와 닿는 사람은 나뿐일까. 비단 어린 여성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을들이 갑들에게 전하는 간절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들린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지금 손을 내밀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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