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 임명진
  • 승인 2019.02.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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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진 기자·취재3팀장
우리 말과 글이 없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하마터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뻔 했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강력한 민족말살 정책을 통해 우리의 말과 글을 없애려는 시도를 했다.

서슬퍼런 일본의 총칼 앞에 신사참배와 더 나아가 일본식 성과 이름을 쓰게 하는 창씨개명까지 강요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연히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이 펼쳐졌다.

최근에 이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을 뜻하는 말모이라는 영화가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는 노력의 중심에는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있었다.

이들의 활약은 이른바 조선어학회사건이라는 사건을 통해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 사전제작과 우리말 강연 등을 하며 은밀히 활동하던 이들은 결국 일제의 감시망에 적발되면서 곤욕을 치뤘다. 핵심회원 33명이 검거돼 투옥됐는데, 그중에는 이극로, 이윤재를 비롯해 이우식, 윤병호, 안호상, 이은상 선생 등 6명의 경남출신 국어학자들이 포함됐다.

경남출신의 국어학자들은 조선어사전편찬에 두드러진 역할을 맡았다. 지역별로도 경남출신이 가장 많았다.

1931년 개편된 조선어사전편찬회의 구성을 보면 회장에는 이우식, 간사장 이극로, 간사에 이윤재, 최현배 등의 인물이 포진했다.

조선어 사전의 제작과 편집과정 등에 참여하고, 사전편찬에 드는 비용까지 경남출신의 학자들은 전방면에서 활약을 펼쳤다.

이들은 일제의 탄압에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해방이 되고 우리말 연구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노력은 유명무실했다.

그래서 도민들에게 이를 적극 알려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경남은 남명 조식 선생 등의 사상적 영향으로 민족정신이 높은 지역이다.

조선어학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그들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 말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자긍심을 높이는 노력이 서둘러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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